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주문을 하면 영수증과 함께 받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진동벨입니다. 진동벨이 있어 손님들은 주문한 음료가 나올 때 까지 자리에 앉아 편하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 진동벨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만은 예욉니다. 스타벅스는 손님을 부르는 데 ‘직원들의 목소리’를 고집합니다.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직원이 손님을 불러 준비된 음료를 전달하며 고객과 눈을 맞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손님과의 소통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25일 점심시간 강남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습니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부터 계산대 앞은 주문 손님들과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손님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주문한 음료가 나오는 시간이 지연됩니다. 이 때 대부분의 고객들은 계산대와 픽업대 앞에 서서 기다립니다. 많을 때는 수십명의 고객들이 몰려 있을 때도 있습니다. 이들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다른 사람의 음료가 나오는 것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음료를 기다립니다. 진동벨을 사용하는 다른 커피전문점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지요.
진동벨을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에선 손님들이 주문후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립니다. 주문할 때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새로 나온 메뉴에 대해 물어보거나 직원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점심시간 내내 스타벅스 매장을 지켜본 결과 오히려 ‘고객과의 소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직원들은 메뉴가 나올 때 마다 큰 소리로 손님들에게 알립니다. 하지만 혼잡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직원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두세 번 ‘외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고객들이 비슷한 메뉴를 주문한 경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직원이 메뉴가 준비됐음을 알리면, 고객들은 자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손님 것인지 잠시 헷갈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생기기 마련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스타벅스의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인 강재선씨(37)는 “바이어와 약속이 있을 때 이용하지만, 진동벨이 없으니 메뉴가 나올 때까지 직원의 목소리에 신경을 쓰고 있을 수밖에 없다. 마냥 서서 기다릴 수만 없지 않은가”라며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대학생 정병진씨(26)도 “스타벅스가 경영 방침만 고집할 게 아니라 불편한 점은 개선하는게 옳다”고 주문합니다.
직원들의 고충도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점심시간처럼 손님이 많을 때 매장은 시장통처럼 혼잡하고, 그만큼 직원들의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그래선지 트위터 등 SNS에는 ‘직원들이 소리치느라 너무 고생하는 것 같다. 진동벨 사용을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자주 올라옵니다.
일부 소통을 강조하는 스타벅스의 경영 방침을 긍정적으로 보는 고객도 있습니다. 직장인 김준모(32) 씨는 “진동벨 사용 매장에선 가끔 직원들이 무뚝뚝하거나 인사조차 하지 않아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면서 스타벅스의 방침을 옹호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불편하다’에 무게가 실립니다.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벅스측의 방침도 중요하기는 하나, 이젠 고객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문성호PD sung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