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원세훈 집행유예 판결한 선배 판사에게…

현직 판사, 원세훈 집행유예 판결한 선배 판사에게…

입력 2014-09-12 00:00
업데이트 2014-09-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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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부장판사 ‘법치주의는 죽었다’ 신랄 비판

현직 부장판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 판결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판사가 다른 판사의 사건 심리 결과를 두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의 글을 직권으로 삭제한 상태이지만 비판 수위가 높아 파장이 일 전망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45·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7시쯤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띄웠다.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면서 “서울중앙지법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이다.‘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로,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비유한다.

김 부장판사는 “집행유예 선고 후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정독했다”며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정말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선거 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 개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이것은 궤변이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인가, 아니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을 위해 사심을 담아 쓴 판결인가”라고 물은 뒤 “나는 후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치주의가 죽어가는 상황”, “현 정권은 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 “고군분투한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모두 제거”, “모든 법조인이 공포심에 사로잡혀 아무 말도 못했다” 등 표현도 동원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나를 좌익판사라 매도하지 말라. 다만 판사로서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라고 글을 마쳤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정치에 관여한 점은 인정되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횡성에서 2개월 미만으로 사육한 소는 횡성한우가 아니라고 판결한 2심 재판장으로서 자신의 판단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을 정면 비판해 2012년 서면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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