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양극화·경제불황으로 연탄 때는 집 다시 는다

소득양극화·경제불황으로 연탄 때는 집 다시 는다

입력 2014-09-21 12:00
업데이트 2014-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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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보다 6%↑…서울연탄은행, 전국서 현장 조사

지난 19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산 104번지. 차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 주변에 슬레이트를 얹은 낡은 집들이 줄지어 있다.

한편에 자리 잡은 구멍가게 좌판에 과일이나 채소 대신 연탄이 쌓여 있는 풍경은 ‘백사마을’로 더 잘 알려진 이곳에 왔음을 실감케 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잘 알려진 이곳은 1천600여 가구 중 3분의 1이 넘는 600여 가구가 연탄으로 난방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정순(85·여)씨는 “가스비가 비싸 다른 난방 수단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쌀쌀해지는 10월 초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연탄을 때는데 한 달에 150여 장이 들어간다. 연탄값이 조금이라도 더 싸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류 난방이 확대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연탄을 쓰는 가정 수가 줄어들었지만 소득 양극화와 경제 불황이 계속되면서 김씨처럼 연탄을 난방에 이용하는 가구가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공개된 밥상공동체복지재단과 서울연탄은행의 ‘2014년 연탄사용 가구 조사와 대책안’에 따르면 올해 연탄 사용 가구 수는 16만 8천400여 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1년 15만 7천700여 가구보다 6.7% 늘어난 수치다.

재단과 서울연탄은행은 전국 31개 지역 연탄은행과 함께 지난 5∼8월 현장 조사를 펼쳐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연탄 사용 가구를 조사해 왔으며, 전국 단위로 가정 난방용 연탄 사용 현황을 조사하는 기관은 민·관을 통틀어 이들이 유일하다.

이에 따르면 연탄 사용 가구 수는 지난 2004년 18만 2천100여 가구, 2005년 24만 9천600여 가구에 이어 2006년 27만 100여 가구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점점 줄어들어 지난 2011년에는 15만 7천700여 가구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3년 만의 조사에서 연탄을 때는 가구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연탄은행은 “사회 양극화 등 여파로 겨울철 난방비 절감을 위해 저소득층과 영세 노인층을 중심으로 연탄을 찾는 가구가 다시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북이 4만 7천여 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원도 3만 4천700여 가구, 전남 1만 5천700여 가구, 충북 1만 2천400여 가구, 전북 1만 900여 가구 등 순이었다. 서울은 3천100여 가구가 연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탄은행은 “경북과 강원도는 산간벽지 비율이 높은데다 문경이나 태백 같은 전통적인 탄광 지역이 있어 연탄 사용 가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탄 사용 가구를 소득 수준별로 분석한 결과 6만 300여 가구가 기초생활수급대상, 2만 1천100여 가구가 차상위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5만 5천100여 가구나 됐다.

연탄은행은 올해 겨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연탄 300만 장 보내기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가구가 1개월에 150∼200장의 연탄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때 300만 장은 2만여 가구가 혹한기를 보낼 수 있는 양이다.

허기복 서울연탄은행 대표는 “연탄은 소득을 늘릴 기회가 없는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서민의 연료”라며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와 시민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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