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숨과 바꿀수만 있다면”…윤 일병父 법정서 절규

“내 목숨과 바꿀수만 있다면”…윤 일병父 법정서 절규

입력 2014-09-27 00:00
업데이트 2014-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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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하늘나라에서 어떻게 보나”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살인사건 6차 공판이 진행된 26일 오후 경기도 용인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정.

피해자 증인신문 차례가 되자 윤 일병의 아버지 윤모(63)씨는 조용히 일어나 증인석에 앉았다.

윤씨가 자리를 이동하는 동안 방청석에 있던 윤씨의 친척들은 방청객들에게 7장짜리 유인물을 나눠줬다.

증인석에 앉은 윤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인물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그는 “4월 6일 17시경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며 “군대에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었던 아들이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8시 30분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마주한 아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며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약하게 뛰고 있는 심장, 머리부터 다리까지 온몸을 덮고 있는 검푸른 멍. 아들은 손을 잡고 이름을 목놓아 불러도 손가락 한마디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담담하던 윤씨의 목소리는 이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마흔이 넘어 얻은 귀한 아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했던 수십일 간의 고통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제가 하늘나라에서 어떻게 아들을 볼 수 있을지 미안하고 또 미안할 따름”이라고 진술을 이어갔다.

윤씨는 “피붙이인 저희가 전혀 알지 못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후회와 한을 품은 채 하루하루를 눈물로 버텨내고 있다”며 “내 목숨을 주어서 아들이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백번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끝내 오열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면을 응시하고 있던 주범 이모 병장은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윤씨는 군 수사과정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온몸의 멍, 12개 이상 부러진 갈비뼈, 장기파열 등 구타 흔적이 만연한데도 군 관계자는 음식을 먹던 중 쓰러졌다고 거짓말을 했고, 다음날이 돼서야 구타를 시인했지만 질식사로 단정하는 듯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병대는 살인죄로 기소했다가 인정되지 않으면 가해자들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상해치사로 기소할것이라고 했고, 군검찰관도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며 “유족의 무지를 악용해 치밀하게 군검찰과 헌병대가 거짓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가해자측에 대해서는 “그동안 재판에서 유족을 찾아와 진심으로 사죄하고 위로하는 가해자 부모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며 “가해자들 또한 자신들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행동을 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는 모습만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그는 피고인들 처벌과 양형에 대해 “범행을 주도한 이 병장은 법률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며 “폭행을 주도하고 사망당일에는 가래침을 핥게 하고, 과자를 던져 개처럼 기어서 먹게 하고,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들을 또 폭행하고. 이 어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이냐”고 오열했다.

이어 “가해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면 군에서 구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가해자들을 일벌백계해 앞으로 군에서 구타 가혹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씨가 절규하며 글을 읽는 동안 방청석 곳곳에서는 깊은 탄식과 흐느낌 소리가 새어나왔다. 재판 내내 눈물을 흘리던 윤 일병의 어머니는 방청석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마지막으로 윤씨는 “언제부터 군대가 나라를 지키는 곳이 아닌 제 몸을 지켜야만 하는 곳이 되었느냐”는 군 전체에 대한 쓴소리로 진술을 끝맺었다.

피해자 진술은 증인신문과 같은 형식이어서 검찰과 변호인측의 심문이 이어져야 했지만 양측은 윤씨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못했다.

숙연해진 법정에서 재판장은 “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 대해 부끄럽고,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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