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묵은 산안법 고치고 하늘로 떠난 故김용균

28년 묵은 산안법 고치고 하늘로 떠난 故김용균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9-02-10 23:16
업데이트 2019-02-11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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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사고 이후 58일 만에 장례 마무리

‘정규직 전환’ 일부 반대 여론 극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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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한 지 3개월 만에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장례가 약 두 달 만에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 가운데 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안치된 아들의 유골함 위로 흙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한 지 3개월 만에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장례가 약 두 달 만에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 가운데 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안치된 아들의 유골함 위로 흙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다가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장례가 지난 9일 마무리됐다. 용균씨 사망 이후 유가족과 동료, 노동·시민단체는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58일간 장례를 미뤄왔다.

용균씨의 죽음은 안전을 등한시하고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전가해 책임을 회피하는 ‘위험의 외주화’ 관행에 균열을 냈다.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위험한 일을 하다 산재를 당해도 원청 사업장에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위험의 외주화 때문에 원청업체는 작업장에서 사람이 죽어도 수십억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나 몰라라 할 수 있었다.

용균씨 죽음 이후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은 위험성·유해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을 금지하고,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젊은이의 죽음이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냈고, 죽음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냈다”며 “그동안 하청업체 노동자 사고가 빈번했음에도 정치적으로 매듭짓지 못한 사안을 28년 만의 법 개정이라는 형태로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구성될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는 위험 업무를 외주화한 이유, 원·하청 구조와 사망 사고의 연관성 등을 살펴 제도 개선 권고안을 내놓게 된다. 동시에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논의도 시작된다. 국내 5대 화력발전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가 공동 출자해 새 공공기관(자회사)을 만든 뒤 해당 분야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식이다. 정규직 전환방식, 임금산정, 노동조건 등 구체적 사항은 5개 발전사의 노동자·사용자·전문가 통합협의체를 통해 논의한다.

다만, 용균씨의 추모 열기와 대책으로 추진되는 정규직화 방안에 대해 ‘시체 팔이’, ‘영웅 놀이’ 등 비아냥과 조롱을 쏟아내는 일부 여론은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를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정규직화를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구의역 사고 이후 직접고용이 이뤄지고 사고건수가 감소하는 등 안전관리 측면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02-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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