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회장, 150쪽 분량 유고 남겨…‘한보 사태’ 전말 담겨 있을까

정태수 전 회장, 150쪽 분량 유고 남겨…‘한보 사태’ 전말 담겨 있을까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07-04 18:46
업데이트 2019-07-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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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IMF 환란조사특위’에 출석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명예회장이 휠체어에 앉은 채 위원들의 신문에 답변하고 있다. 1999.02.04  서울신문DB
1999년 2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IMF 환란조사특위’에 출석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명예회장이 휠체어에 앉은 채 위원들의 신문에 답변하고 있다. 1999.02.04
서울신문DB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작성한 약 150쪽 분량의 자필 유고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4일 정태수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유고의 존재도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부친과 함께 도피 생활을 했던 4남 정한근(54)씨로부터 정태수 전 회장의 유고를 임의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정태수 전 회장은 2007년 말레이시아로 도피한 직후부터 자신의 생애를 기록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고 내용을 토대로 그가 2015년까지 해외에서 도망을 다니면서도 직접 이 기록을 작성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5년 정태수 전 회장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시점이다.

정태수 전 회장은 자서전을 써 주는 작가 A씨에게 자신이 기록해 온 내용을 맡기고 본인의 자서전을 써 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정한근씨로부터 이 같은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 유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그가 과거 자기 생애와 관련한 이야기를 적었다”면서 “도피 이후가 아닌 사업하던 시절 등 옛날 이야기를 자필로 썼다”고 설명했다.

유고에는 정태수 전 회장이 한보그룹을 세운 이후 부도가 나고 이후 도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자서전 형식으로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정태수 전 회장의 유고에 도피 이전까지의 생애가 기록된 만큼 이를 토대로 해외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통상 유족으로부터 제출받은 증거는 필요한 조사가 끝나면 유족들에게 돌려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정태수 전 회장의 유고를 돌려주지 않고 갖고 있다.

1923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정태수 전 회장은 국세청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며 20여년간 전국 각지의 땅을 사들인 뒤 1974년 한보그룹의 시초인 ‘한보상사’를 설립했다.

1976년 한보주택을 세워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은마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1980년엔 한보철강을 창업하며 한보그룹은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재계서열 14위까지 올랐던 한보그룹은 1997년 부도가 나며 5조원대 특혜 부실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불법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엔 정치권과 금융계 고위 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로비가 있었다.

이에 그해 국회에선 국정조사가 열렸고,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씨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기도 했다.

특히 ‘한보 사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위기의 발단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정태수 전 회장이 남긴 150여쪽 분량의 유고에 ‘한보 사태’의 내막이 담겨 있을 수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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