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한국노총 ‘톨게이트 합의’ 후폭풍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일반연맹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에 따른 한국노총 소속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의 정규직 전환 합의에 대해 “대법원 판결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1심 진행 중 노동자 기간제로 우선 채용
2년 내로 판결 안 날 땐 다시 해고 위기
민주노총 “공사·여당이 노동자 분열시켜”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답변 준비를 하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는 모습. 이 사장은 국감에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과도 합의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 취지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도 집단 해고된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라며 전날 합의 내용을 규탄했다.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와 공사의 합의서에는 ‘2심 계류 중인 노동자까지 직접 고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사 정규직이었던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2008년 관련 업무가 전면 외주화되면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노동자들은 “우리는 파견·용역업체 소속이 아니라 공사 직원”이라며 2013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6년 만인 지난 8월 대법원은 이들이 공사 직원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합의서에 따르면 자회사 전환을 거부해 해고당한 노동자 1400여명 중 대법원 판결로 이미 직접 고용 대상자가 된 305명 외에도 2심이 진행 중인 노동자 115명이 추가로 직접 고용된다. 이 중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은 105명, 민주노총 등 다른 노조 소속은 10명이다. 여당과 공사가 2심이 진행 중인 노동자가 많은 한국노총을 집중 공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바람에 공동 파업을 벌였던 노동자들이 쪼개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이구 공공연대노조 조직차장은 “자회사 전환을 강요하던 때처럼 이번에도 각자 법원 판결을 받고 오라는 식으로 노동자를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재안을 받아들인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요금 수납 업무를 이어 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합의서를 보면 임금과 직무 등 근로조건은 노사가 앞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공사는 지난 7월 출범한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소속이 아니라면 요금 수납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중재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앞으로 민주노총과 논의를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입장 차가 좁혀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앞서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에 대해 ‘1심 계류 중인 노동자 중 첫 판결 결과를 나머지 전원에게 적용해 직접 고용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공사가 해고자 전원에 대한 직접 고용 원칙을 밝힐 때까지 경북 김천의 본사 점거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9-10-11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