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30대, 모텔 방화…투숙객 2명 사망·31명 부상

광주서 30대, 모텔 방화…투숙객 2명 사망·31명 부상

김태이 기자
입력 2019-12-22 10:44
수정 2019-12-2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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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투숙객이 방화…휴일 새벽 3∼5층 연기 가득 차 피해 커져

광주 모텔 화재…처참한 내부
광주 모텔 화재…처참한 내부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불에 타버린 모텔 복도의 모습. 2019.12.22
연합뉴스


휴일인 22일 광주의 한 모텔에서 30대 일용직 노동자가 모텔에 불을 질러 투숙객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불이 난 시간이 새벽이어서 미처 객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투숙객들이 연기를 마시면서 피해가 컸다.

부상자들은 전남대병원 등 8곳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일부는 생명이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로 30대 남성 투숙객을 긴급체포해 정확한 방화 경위 등을 조사중이다.

광주시는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으며 북구청도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해 지원에 나섰다.

◇ 2명 숨지고 31명 부상…일부 환자 위독, 사망자 늘 수도

광주 북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5분께 북구 두암동 한 모텔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쳐 인근 병원 8곳에 분산 이송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투숙객 중 10여명은 심정지·호흡곤란·화상 등 긴급·응급 환자로 분류돼 치료를 받고 있다.

대부분 연기를 흡입한 환자로 일부는 의식이 없는 등 생명이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 가능성 있다.

다른 18명은 비응급 환자로 분류돼 치료를 받았으며 일부는 귀가했다.

불은 30여분 만인 오전 6시 7분께 진화됐다.

◇ “시꺼먼 연기가 순식간에”…필사의 탈출

불은 모텔 중간인 3층 객실에서 시작돼 위층 투숙객들이 바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인력 217명, 소방차 등 장비 48대를 동원해 진화와 인명 구조를 했다.

소방대원들이 내부로 진입했을 당시 5층 규모(32개 객실) 모텔의 3∼5층에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한 여성 투숙객은 비상계단으로 몸을 피하지 못해 4층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이 여성은 주차장 천막 위로 떨어져 목숨을 건졌다.

화재 현장을 목격한 식당 주인은 “시꺼먼 연기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더라”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투숙객이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다수 투숙객이 119구조대가 도착 전까지 연기가 가득 찬 건물 안에 갇혀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

◇ 경찰, 방화 용의자 30대 남성 긴급체포…조사 중

경찰은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김모(39)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해당 객실이 침대의 뼈대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전부 불탄 점 등을 토대로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투숙객의 행방을 뒤쫓았다.

일용직 노동자인 김씨는 모텔에 혼자 묵고 있었으며 베개에 불을 붙인 뒤 이불 등으로 덮고 밖에 나왔으며 두고 온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와 방문을 열자 갑자기 불길이 크게 번졌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김씨는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게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병원 치료를 마치는 대로 압송해 범행 동기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 경찰·국과수 현장 감식…내부 전소, 복도에 그을음 가득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원과 함께 이날 오후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불이 처음 발생한 308호 내부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불에 탔다.

모텔 복도와 출입구, 계단도 그을음이 가득했다.

해당 모텔은 3급 특정 소방대상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할 의무가 없으며 화재경보기만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불이 난 직후 누군가가 문을 두드려 투숙객들의 대피를 도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한 여성이 투숙객들에게 위기 상황을 알렸다고 보고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불이 날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 광주시 긴급 대책회의·북구청 대책본부 구성…사고 수습 나서

광주시는 이용섭 시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사고 수습에 나섰다.

화재 현장을 직접 찾은 이 시장은 “방화로 인한 화재라고 해서 시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사망자의 장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부상자도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광주시 재난안전상황실은 관련 부서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사고수습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북구청도 문인 청장을 본부장으로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수습에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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