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과 땀 범벅 된 채 딸 안고 병원으로 옮긴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는 아픈 딸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다.
7일 오후 대구의 부족한 병상 때문에 200㎞를 달려 광주에 도차한 코로나19 확진자 가족 4명의 가장은 거동이 불편한 딸을 챙기느라 바빴다.
짐을 잔뜩 구겨 넣은 터질듯한 가방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등에 멘 아버지는 장애가 있는 딸을 챙기려 종종걸음으로 구급차 뒤로 향했다.
구급차에서 내린 딸은 휠체어에 올라탔지만, 딸과 아버지는 병원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어야만 했다.
하늘도 애처로웠던지 슬픈 표정으로 비를 뿌리고 있었다.
이들 가족은 비를 피하기 위해 계단 앞으로 다가갔지만 휠체어가 오를 수 없어 멈춰 서야만 했다.
확진자와 직접 접촉이 금지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잠시 허둥대는 사이, 아버지는 용감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딸을 번쩍 안아 올린 그는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고, 그의 방호복 입은 몸은 땀과 빗물로 젖었다.
대구에서 병상을 찾아 이날 광주에 도착한 코로나19 경증 확진자 5가족 12명이 광주 남구 빛고을 전남대병원에 도착했다.
부부 확진자 중 아내는 장거리 이동이 힘들었는지 구급차에서 내리며 이마를 짚으며 지친 내색을 보였고, 남편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내를 바라봤다.
공갈 젖꼭지를 문 어린 딸을 꼭 껴안고 내린 어머니는 딸을 어르고 달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또 다른 어머니는 병원 출입문 앞에서 아직 어린 딸의 어깨를 가슴으로 당겨 꼭 안아 달랬다.
대구에서 광주로 이송된 경증 확진자는 지난 4일 7명에 오늘 이송된 12명을 더하면 모두 19명이다.
여기에 광주의 대형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7명의 타지역 이송 중증환자까지 합하면 26명 타지인 광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증 환자를 수용하는 빛고을 전남대병원은 3m 병상 간격을 떨어트려 57명을 수용할 수 있게 준비했다.
그러나 가족 단위 경증 확진자들이 함께 지내며 치료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공간이 추가로 확보돼 수용할 수 있는 환자 규모가 조금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도착한 대구 확진자들을 맞이하러 나온 수십 명의 광주시청 공무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대구 시민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광주와 대구는 달빛동맹을 맺은 형제다’는 현수막을 들고 2시간여 동안 비를 맞으며 대구 확진자들을 맞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구에서 추가로 경증 환자가 이송될 예정이지만, 구체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최선을 다해 이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