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이 대구에 보낸 ‘핸드크림’

세월호 유가족이 대구에 보낸 ‘핸드크림’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3-16 23:16
수정 2020-03-1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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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찡한 편지와 함께 의료진 응원 “일상의 행복 누리는 시간 곧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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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와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대구 달서구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김동은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에게 지난 12일 보낸 소포. 김동은 교수 제공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와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대구 달서구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김동은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에게 지난 12일 보낸 소포.
김동은 교수 제공
지난 13일 김동은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게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상자 겉면의 발신자 이름을 보자마자 김 교수는 코끝이 찡해졌다. 조심스레 상자를 여니 편지와 핸드크림 100여개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많은 분이 함께하고 있다. 그 마음 덕분에 저희도 팽목항의 세찬 바람을 견딜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헌신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김 교수는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핸드크림은 손소독제를 하루에도 수십 번 사용해 손이 건조한 저희한테 정말 필요한 물건”이라며 “의료진한테 당장 뭐가 필요할지 고민했을 것을 떠올리면 감사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핸드크림을 보낸 사람은 이금희씨와 박은미씨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고 조은화양의 어머니이고, 박씨는 고 허다윤양의 어머니다. 김 교수는 지난 14일 오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두 어머니가 보낸 핸드크림과 편지 글을 공개했다.

김 교수는 지난 2일부터 대구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 설치된 ‘드라이브스루’(승차진료)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두 어머니는 편지에 “지금 힘든 시간을 견디다 보면 사랑하는 가족과 한 상에 둘러앉아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 곧 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김 교수는 “원래 딸아이를 자주 안아 줬었는데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한 뒤로는 집에 와서도 방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힘들었다”며 “‘아이를 한 번만 다시 꼭 안아 보고 싶다’는 게 평생소원인 어머님들의 글을 읽고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3-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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