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차별에 떠는 유럽 교환학생들
초등학생들이 갑자기 입 막는 행동해마스크 쓰면 공포감 조성돼 눈총 받아
국경 통제 불안… 귀국 땐 학업 불투명
텅텅 빈 진열대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내 대부분의 마트가 사재기로 텅텅 비어 있다. 폴란드 포즈난의 한 마트는 밀가루가 거의 남지 않은 상태다.
이예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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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폴란드 포즈난에 머물고 있는 교환학생 이예슬(22)씨는 유럽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에 겪지 못했던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초등학생들이 나를 보고 갑자기 입을 막는 등의 행동을 해 내가 바이러스가 된 느낌”이라며 “폭행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없었지만 혹시나 싶어 친구들과 꼭 함께 다닌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현지시간으로 15일 오전 국경이 폐쇄돼 이씨는 일단 현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파견된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곤란을 겪고 있다. 현지 대학들은 연이어 휴교령을 내렸고, 마트는 사재기로 텅텅 비었다. 이들은 국경을 통제하는 유럽 국가가 늘어날수록 동양인을 향한 시선도 차가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신문은 16일 폴란드와 독일, 이탈리아에 파견 간 교환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텅텅 빈 진열대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내 대부분의 마트가 사재기로 텅텅 비어 있다. 독일 남서부의 도시 콘스탄츠에 있는 마트 식료품 판매대에는 3일 전만 해도 가득했던 감자가 한 알도 없다.
정나영씨 제공
정나영씨 제공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마스크는 ‘환자만 착용하는 것’이라는 인식 탓인지 공급량도 부족하다는 게 학생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독일 콘스탄츠에서 지내는 정나영(23)씨는 “한국에서 들고 온 마스크가 있지만 마스크를 쓰면 ‘공포감을 조성하기만 한다’는 식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다”고 전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인종차별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학생들은 “최근 기류의 변화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 역시 “지나가면서 날 보고 ‘코로나’라고 외치더라”며 “홍콩 친구들은 낯선 사람들에게 ‘바이러스 옮기지 말고 너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텅텅 빈 진열대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내 대부분의 마트가 사재기로 텅텅 비어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형마트인 에세룽가 채소 코너도 비었다.
신현지씨 제공
신현지씨 제공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0-03-17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