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기원하는 기부 행렬
“의사·간호사분들 힘내세요” 9살 응원글택시기사·노점상·수녀 등 각계각층 동참
“인간적 소통의 힘으로 위기 극복 연대”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생이 돼지저금통과 함께 보낸 손편지.
양천구 제공
양천구 제공
“마스크가 너무 적어 죄송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국민의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요즘 고사리손으로 눌러쓴 메모부터 삐뚤빼뚤 백발노인이 적은 글까지 손편지 한 줄이 위로를 전하고 있다. 택시기사, 노점상, 수녀 등 각계각층이 남긴 손편지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청에는 분홍색 돼지저금통과 손편지가 든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자인 9살 초등학생은 ‘구청장님께’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코로나 때문에 많은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이 힘써 주시는 걸 뉴스에서 봤어요.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8살부터 모은 용돈을 보내요,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전북 전주시청 비서실에 한 택시기사가 퇴직금을 기부하며 함께 남긴 손편지.
전주시 제공
전주시 제공
같은 날 울산시 남부경찰서에는 백발의 할머니가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찾아왔다. 봉지 안에는 공책을 찢어 쓴 편지와 40장의 마스크, 현금 100만원이 들어 있었다. 70대 노점상이자 기초생활보장수급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할머니는 “대구의 어려운 분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성금을 보낸다”고 썼다.
서울 성북구 성모수도회 수녀들의 손편지와 그림.
성북구 제공
성북구 제공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손편지가 주는 인간적인 소통의 힘은 울림이 있다”며 “취약계층까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모습에서 공포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연대’가 가능하다고 믿게 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20-03-20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