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이혼 요구·우발적·습관 순 “피해자 80% 양육문제로 처벌 꺼려”
배우자가 이혼, 별거를 요구하거나 외도를 의심했을 때 가정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특히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청은 가정폭력 신고 사건 가운데 지난해 7월 한 달간 검찰에 송치한 3195건의 수사 결과를 분석해 26일 공개했다.
가정폭력의 원인으로 이혼·별거 요구 및 외도 의심이 904건(28.3%)으로 가장 많았다. 우발적인 폭행(687건), 생활습관(410건), 금전문제(40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혼을 요구하거나 외도를 의심할 경우 일어나는 가정폭력은 피해가 컸다. 42%(137건)는 ‘심각’ 수준이었다. 흉기를 사용한 상해·폭행·협박이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수준의 구타와 목 조름이 있었다는 얘기다. 머리채를 잡고 흔들고 전신을 때리는 ‘중간’ 수준의 가정폭력은 30%(517건)를 차지했다. 몸을 밀치고 누르거나 휴대전화를 던지는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피해는 23%(250건)였다.
경찰은 “가정폭력은 지배 욕구를 가진 가해자로부터 피해자가 벗어나려 할 때 발생한다는 미국 분석 사례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정폭력 피해자의 80%가 자녀 양육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해자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취약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정보호 사건 송치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20-03-27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