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페일이냐, A~F냐’ 선택적 패스제 도입 놓고 갈등 겪는 대학가

‘패스·페일이냐, A~F냐’ 선택적 패스제 도입 놓고 갈등 겪는 대학가

이근아, 손지민 기자
입력 2020-06-23 17:03
업데이트 2020-06-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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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선택적 패스제 도입 논란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경희대학교 학생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경희인 집중공동행동’에 참가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수업환경과 관련해 등록금 반환, ‘선택적 P/F제도’(선택적 패스제, 교강사의 성적평가 이후 성적정정기간에 부여받은 학점에 대해 학생이 선택)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6.23/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경희대학교 학생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경희인 집중공동행동’에 참가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수업환경과 관련해 등록금 반환, ‘선택적 P/F제도’(선택적 패스제, 교강사의 성적평가 이후 성적정정기간에 부여받은 학점에 대해 학생이 선택)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6.23/뉴스1
코로나19로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등록금을 환불해 달라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성적 평가 방식을 두고 대학과 학생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학생들은 기존보다 완화된 평가 방식인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주장하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미 절대평가 등 완화된 평가 지침을 도입한 데다 평가는 교수·강사 고유의 권한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학 측이 학생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경희대·한양대 등의 학생들이 공동행동에 나서며 선택적 패스제를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 “정상적 수업·시험 불가능···선택적 패스제로 피해 구제해야”
23일 경희대와 한양대 학생들은 각 캠퍼스에서 대학의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역시 전날부터 진행했던 무기한 농성을 이어 갔다. 선택적 패스제는 학생들이 받은 성적을 그대로 수용할지, 혹은 패스(Pass·통과) 처리를 받을지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패스를 선택하면, A~D 등 등급을 받는 게 아니라 P로 기재되고, 평점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는다. 홍익대와 서강대 등은 이미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했다.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실시한 홍익대 측은 “학생들이 아픈 데도 숨기는 등 무리해서 학교에 나와 시험을 치를 가능성에 대비해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등록금 반환·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긴급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서 오희아 총학생회장(오른쪽 첫번째)을 비롯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실시되면서 학생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등록금 감면, 수강신청 철회 기간 연장, 선택적 패스제 도입, 기숙사 선택 입사 실시 등을 요구했지만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며 이날부터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선택적 패스제는 학생이 받은 성적을 그대로 수용할지 패스(Pass·통과)할 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20.6.22/뉴스1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등록금 반환·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긴급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서 오희아 총학생회장(오른쪽 첫번째)을 비롯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실시되면서 학생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등록금 감면, 수강신청 철회 기간 연장, 선택적 패스제 도입, 기숙사 선택 입사 실시 등을 요구했지만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며 이날부터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선택적 패스제는 학생이 받은 성적을 그대로 수용할지 패스(Pass·통과)할 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20.6.22/뉴스1
학생들이 선택적 패스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수업은 물론 시험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온라인 시험 중 부정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중앙대와 한국외대에서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이용해 일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에서는 한 교수가 내부망 공지를 통해 “중간고사에서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학생 3명에게 F학점을 부여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피해를 구제할 수 있을 만한 학교측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양대 공동행동 주최 측도 “선택적 패스제는 학생들 입장에서 최소한의 구제책이라 생각해 제안했지만, 학교 측은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면서 “상대평가로 경쟁력을 올리는 것만을 교육으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들 ”이미 절대평가 등 시행···선택적 패스제, 교육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절대평가나 완화된 상대평가 등의 지침을 이미 시행하고 있어서 선택적 패스제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들이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패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양대 측은 “학생들과 조율한 절충안에 따라 상대평가 기준을 완화해 A학점만 40%로 제한하고 나머지 학점은 인원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측도 “이미 많은 교수들이 절대평가를 도입하면서 특정 기준 이상만 달성하면 A학점을 받을 수 있는 등 유연하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학에서 지침을 내린다고 해도 이를 적용하는 교수·강사들의 이해도가 달라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 측은 입장문을 통해 “절대평가 도입부터 학생들과 충분한 소통 없이 학교가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일부 교수·강사들의 이해도가 낮아 일부 수업에선 상대평가로 성적을 평가하겠다고 명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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