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수사 중단·불기소’ 수사심의위 의견에 부담 커진 검찰

‘이재용 수사 중단·불기소’ 수사심의위 의견에 부담 커진 검찰

이혜리 기자
입력 2020-06-26 22:00
수정 2020-06-2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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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불기소 결정한 심의위원들
이재용 불기소 결정한 심의위원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내면서 검찰의 향후 행보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1년 7개월간 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해도 수사심의위 결과가 재판에서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26일 수사심의위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9시간의 논의 끝에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의 심의 의견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사심의위는 수사 정당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평가받고자 검찰 스스로 도입한 제도로, 운영지침에 ‘주임검사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18년 수사심의위 도입 이후 8차례의 의견 제시에 대해 모두 검찰이 수용해왔다. 이번 권고에 반해 검찰이 이 부회장의 기소를 강행하려면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달 초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이르자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 카드를 돌파구로 내세웠다. 이후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검찰시민위원회가 수사심의위 개최를 결정하면서 승기를 잡은 삼성 측은 이날 불기소 권고까지 이끌어냈다. 삼성 측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스스로 만든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면 향후 재판에서 판사를 설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의 수사를 통해 확보한 물증과 20만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 등을 토대로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여온 검찰은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검찰은 이날 수사심의위 권고가 나오자 “지금까지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만큼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고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고있다. 법원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당시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려면 심의 의견을 뒤집을 수밖에 없는 설득력 있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수사에 힘을 실어온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이번 수사심의위 권고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권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며 윤 총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두고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 지휘권을 발동해 기존의 사건 처리 방식을 바꾼 데 이어 한 검사장에 대한 직접 감찰 착수를 전날 예고했다.

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검찰 강압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윤 총장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면서 공식 석상에서 비판한 바 있다. 여권에서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한 직접적인 거론이 나오며 ‘윤석열 밀어내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관심을 기울인데다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가 진행된 이 사건에 대해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의견을 내면서 윤 총장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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