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 다 내 것 아냐” 전기기술자의 남다른 나눔 철학

“번 돈, 다 내 것 아냐” 전기기술자의 남다른 나눔 철학

최종필 기자
최종필 기자
입력 2020-06-28 21:03
수정 2020-06-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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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순천금당고에 1억 기부한 박선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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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식(오른쪽)씨가 최근 “후배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며 장학금 1억원을 김광수 순천금당고 장학회 이사장에게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순천금당고 제공
박선식(오른쪽)씨가 최근 “후배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며 장학금 1억원을 김광수 순천금당고 장학회 이사장에게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순천금당고 제공
1995년부터 전기 사업체 운영 한길 걸어
과거 부모처럼 이웃 돌보며 지내는 게 꿈
4월엔 순천대에도 장학금 2000만원 기탁
여자복싱 세계챔피언 이은혜 선수도 후원


“항상 생각만 하다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이 어려움을 잘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부하게 됐습니다.”

전남 순천에서 신재생에너지 회사인 팔마엔지니어링을 운영하는 박선식(53)씨가 지난 25일 모교인 순천금당고에 장학금 1억원을 기부했다. 박씨는 이 학교 8회 졸업생이다. 농사꾼 아들이었던 박씨는 어린 시절 힘든 형편에도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부모 모습이 각인돼 있다고 했다. 인정이 많았던 부모처럼 성공하면 이웃도 돌보며 지내고 싶다는 게 큰 꿈이었다.

박씨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을 위한 일이고, 큰 금액도 아닌데 이렇게 알려져서 오히려 부끄럽다”고 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박씨는 대학 졸업 후 광주 철도청에서 3년을 다니다 적성이 맞지 않아 그만뒀다. 이후 1995년 고향 순천에서 팔마엔지니어링을 차린 후 전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한 길만 걸었다. 전기 기사 자격증 10년 이상 경력을 의미하는 전기특급기술사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중소도시에서는 드물게 한 해 매출이 150억원을 웃돈다. 신재생에너지와 전기 분야에서는 전남 동부권의 독보적인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도 30명이다.

그는 지난 4월에도 순천대에 장학금 2000만원을 기탁했다.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불우 선수들도 돕고 있다. 2017년 여자국제복싱협회(WlBA) 플라이급 세계챔피언 이은혜 선수가 대회를 치를 경비가 없어 타이틀을 반납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꺼이 나섰다. 5000만원을 후원해 무사히 2차 방어전을 치를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지난해에는 전남 여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대회인 로드 FC 경비도 부담했다.

박씨는 “돈을 번다고 다 자기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더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베풀고 나눔의 철학을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보였다. 박씨는 “자녀들이 정말 훌륭한 일을 한다며 자랑스럽다고 해 뿌듯하고 힘이 난다”고 했다.

김광수(2회) 순천금당고 장학회 이사장은 “우리 2만 2000여 동문들의 마음에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 준 것 같아 가슴 뭉클하다”며 “후배들이 꿈을 키워 가는 데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삼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20-06-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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