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4년간 유독성 가습기 살균제 사용… 업체는 속여 팔고, 정부는 피해조사도 못 했다

대학병원 4년간 유독성 가습기 살균제 사용… 업체는 속여 팔고, 정부는 피해조사도 못 했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6-30 00:46
수정 2020-06-3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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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기자회견서 병원 내부지침 폭로

제조업체 허위 광고로 3만 7400정 납품
“피해·사망 사례 조사 후 법적 책임 물어야”
가습기 살균제로 둔갑 된 식기 소독제 ‘하이크로정’/뉴스1
가습기 살균제로 둔갑 된 식기 소독제 ‘하이크로정’/뉴스1
400병상 이상 규모의 국내 대학병원에서 호흡기 유해 성분이 포함된 식기세척제를 가습기살균제로 4년 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9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사참위는 식기세척제 ‘하이크로정’이 유통업체의 허위 설명과 병원의 안일한 관리로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사용됐다며 정부에 사용처 전수조사와 피해자 파악, 관련자 사법처리 검토 등을 요구했다. 병원이 내부 지침에까지 명시하면서 꾸준히 유독성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이번 조사로 확인된 하이크로정의 주성분은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NaDCC)으로, 반복적으로 흡입하면 폐에 독성 변화를 일으킨다. 하이크로정은 애초 식기세척용 소독제로 만들어져 식품위생법상 가습기살균제로 쓸 수 없었지만 제조업체가 허위로 광고해 병원이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참위 관계자는 “업체가 하이크로정에 대해 ‘가습기 안의 살균, 소독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라는 허위 문구를 기재한 제품설명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4년여간 병원이 업체로부터 사들인 하이크로정은 모두 3만 7400정이다. 병원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정부의 역학조사가 진행되자 이 제품 사용을 중단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NaDCC 제품 사용 사실만 드러났고 피해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등에서 피해·사망 사례를 전수조사하고, 업체 등에 사법적 책임도 물을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6-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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