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말하는 ‘학교폭력근절 대책 4개월’

교사들이 말하는 ‘학교폭력근절 대책 4개월’

입력 2012-06-12 00:00
업데이트 201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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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폭력 줄었지만 잠복상태” “선·후배 상담 친밀함 형성에 도움”

지난 2월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시행된 지 4개월이 흘렀다. 복수담임제와 체육 수업시수 확대 등 눈에 보이는 정책도 여럿 시행되고 있지만, 종합대책 시행 이후에도 학교폭력 피해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매일같이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직접 시행하는 교사들로부터 생생한 학교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은 지난 8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좋은교사운동 사무실에서 서울과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 현직교사 14명과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 송환웅 참교육학부모 부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학교폭력대책 발표 이후 실제 폭력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나.

-N교사(경기 B중 학생부 담당) 경찰이 와서 교육하고 상주하고 그래서 그런지 조심하는 것 같긴 하다. 아직 큰 사건은 없었다. 근본적인 변화는 잘 모르겠지만 억제효과가 없지는 않다.

-W교사(경기 Y중 학생부장) 물리적 폭력은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왕따 문제는 증거가 없어서 여전히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겉으로는 줄어든 것 같지만 문제가 해소된 게 아니라 잠복해 있을 뿐이다.

-K교사(서울 K고 생활자치부장) 겁을 먹고 있는 것은 오히려 교사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폭력을 방치했다가는 4대 비리 교사가 되기 때문에 ‘내가 혹시 입건되지는 않을까.’, ‘내가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복수담임제로 인해 학급운영이 수월해졌는가.

-W교사 대부분의 (본래)담임은 환영하지 않는 제도다. 나름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학급운영을 하려는데 (복수담임이) 개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복수담임을 비교하는 경우도 있어 영역을 쉽게 침해하지 않으려 한다. 담임은 부담스러워하고, 복수담임은 역할이 없어서 미안해한다.

-N교사 아침조회 두번은 복수담임이, 세번은 본담임인 내가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점점 학생들에게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애들 파악도 덜 되고. 교사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의 강제에 의한 대책이어서 그런 것 같다.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기록하는 것은 어떤가.

-L교사(경기 D중 학생부장) 이건 어떻게든 처벌하자는 얘기지 교육은 아니다. 법무부나 검찰이 발표한 것도 아니고, 교과부에서 나올 수 있는 대책도 아니다. 관계 회복과 학교생활을 돕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분위기가 많다.

-Y교사(서울 G고 담임) 교과부 시책에 따라 학생부 기록 명목이 바뀌기도 한다. 방과 후가 필요할 때는 방과 후 내용을 쓰라고 하고,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니까 학폭위를 쓰라고 한다. 생활기록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것은 문제다.

→대책발표 이후 관련 공문이 많이 늘었나.

-L교사 교육했느냐, 몇명 했느냐, 몇번 했느냐, 주간에 했느냐 등 공문이 수도 없이 많다. 밖에서 원하는 실적을 위해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를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관계, 학교문화인데 실적에만 집착하는 경향이다. 게다가 공문이 학교의 정책을 왜곡시키는 것도 문제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실태는 어떤가.

-K교사(서울 Y여고) 선배들이 후배들 모아 놓고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교우관계와 친밀함 형성에 도움이 됐다. 심성프로그램이든 집단 상담이든 관계를 잘 세워가는 프로그램을 한다면 왕따라든가, 집단 폭력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편집위원장 1대1이든 집체 방식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한다면 도움이 된다.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예방교육은 의미가 없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06-1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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