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맞추기 지양… 사회 제대로 이해시킬 개방적 역사교육 절실”
한국사 교육의 파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교육부는 최근 일선 교사 출신을 포함시켜 한국사 교육 강화를 위한 추진단을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추진단은 한국사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방법, 학생이 역사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을 연구해 종합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포함한 대학입시 과목에 한국사 과목 비중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교과목과의 형평성을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지난달 30일 서울 지역 한 중학교에서 한국 근·현대사 관련 지식을 묻는 질문에 오답을 고른 스티커가 정답 스티커보다 더 많았다.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정신대 문제,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 선거에 항거한 4·19혁명에 대한 잘못된 역사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 제공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13일 “국어, 영어, 수학도 (수험생들의 지망 대학에 따라) 수능 필수과목이 아닌데 한국사를 예외로 두기 어렵고, 대학들이 한국사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수능 필수 응시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입시에서 어떤 과목 성적을 반영할지는 대학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입시를 위해 한국사 지식을 암기한 뒤 입시가 끝나면 넌더리 나서 다시 들여다보지 않게 만들던 과거 교육도 문제였다”면서 “학생들이 한국사 공부의 필요성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하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10~2011년 역사 과목이 고교 필수과목에서 빠지고 서울대만 수능 중 한국사 성적을 반영하는 일련의 조치가 이뤄진 뒤 수능에서의 한국사 선택률은 2005년 27.7%에서 지난해 6.9%로 줄었다.
학계 역시 교육부의 역사 교육 강화 의지를 의심한다. 대입 반영률 축소 외에 ▲2009년 총 102시간에서 85시간으로 줄어들어 역사 체험활동 교육을 하기에는 부족한 수업 시간 ▲최근 매년 바뀌다시피 한 역사 교육과정 개편으로 인한 수업 연구 미비 등이 역사 교육 황폐화를 불러왔는데, 이 같은 현상을 유도한 게 다름 아닌 교육부라는 지적이다.
김창성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사실만 나열한 역사 교과서를 보며 지금 시대와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고, 학생들의 흥미도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까지 역사 교과서가 ‘사전’이었다면 해리포터를 연상시키는 ‘이야기책’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역사를 홀대하는 교육 당국은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이 어떤 방식의 역사 수업을 선호하는지 연구한 경기 화성시 동탄국제고의 이해영 교사는 “교사는 말하고 학생은 듣기만 하는 ‘설명식 수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지만 제한된 수업 시간에 진도를 맞추고 입시까지 고려하면 다른 수업을 시도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사 교육이 더 개방적으로 변해야 학생들이 제대로 우리 사회를 이해할 것”이라면서 “19세기 이전의 한국사는 동아시아사 속에서, 20세기 이후의 현대사는 세계사 속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 이후의 현대사는 역사를 만든 장본인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상 공정하게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1970년대 이후는 국사에서 다루기보다 정치와 경제 등 사회 과목에서 폭넓게 다뤄 학생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6-14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