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서 배운다] (5) 문화예술진흥원 가족 나들이 오케스트라

[학교 밖에서 배운다] (5) 문화예술진흥원 가족 나들이 오케스트라

입력 2013-09-10 00:00
업데이트 2013-09-1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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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와 쿵짝쿵짝… 토요일은 ‘사운드 오브 패밀리’

“자, 어려운 부분입니다. 탁탁, 딱딱딱. 박자 잘 맞추세요.”

주말인 지난 7일 경기 광명시 시민문화회관 지하 1층 연습실. 스틱으로 연습용 드럼 패드를 두드리던 이상민(11·하안북초교 5년)군이 옆자리에 앉은 엄마를 툭 치며 “박자가 틀렸잖아” 하고는 킥킥거린다. 박자를 놓친 엄마 신경희씨가 부끄러운 듯 웃는다. 신씨와 아들 상민군은 지난달 10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광명시민회관에서 함께 드럼을 배우고 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수업이다. “드럼 연습이 처음이라 어렵지만 아주 재밌다”고 한 신씨는 “무엇보다 토요일 오전을 아이와 함께해 더 즐겁다”고 말했다.
색소폰반 아빠들이 지난 7일 광명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지도받는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색소폰반 아빠들이 지난 7일 광명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지도받는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가족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시민회관 연주장에 모여 합주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가족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시민회관 연주장에 모여 합주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드럼반의 한길(43)씨가 아들 지원군에게 연주법을 알려주는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드럼반의 한길(43)씨가 아들 지원군에게 연주법을 알려주는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아빠와 엄마, 아이들 12명으로 구성된 드럼반은 한 달째 기초 리듬을 배우고 있다. 대부분 드럼 스틱을 잡아본 적이 없는 초보들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윤명준(32·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씨는 “가족반은 처음 가르치는데 아이들이나 성인들로만 구성된 반과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며 “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즐겁게 배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신씨와 상민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가족오케스트라’의 ‘가족 나들이 행복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해 오는 11월 9일까지 15주 동안 진행되며, 광명시를 비롯해 전국 18개 기관에서 가족들이 매주 토요일 오전 악기를 배우고 마지막 16주차에 오케스트라 합주를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배우는 이들은 모두 20가족 47명이다. 엄마는 13명, 아빠는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 OST를 비롯해 뽀로로, 태권브이 등 만화영화 OST, 사랑의 인사,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 곡을 배우느라 주말 오전을 바쁘게 보낸다.

온 가족이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최현우(20·호서대 수학과 2년)씨와 동생 현경(10·하일초교 4년)양은 호른을 배운다. 아빠 최철웅씨는 색소폰을 배우고 엄마 강희경씨는 첼로를 배운다. 가족이 함께 배우다 보니 대화 주제도 바뀐다. 현우씨는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가족들이 오전에 배웠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서 “솔직히 처음엔 온 가족이 함께 배운다는 게 쑥스럽고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즐겁다”고 했다.

혼자서 더블베이스를 배우고 있는 지효섭씨는 소문난 ‘연습벌레’다. 자기 키보다 큰 더블베이스를 빌려 매일 40분씩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한다. 한 달 가까이 연습을 하다 보니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지씨를 가르치는 이준일(36·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씨는 “물집이 생겼다 터지는 것을 세 번 정도 반복해야 익숙해진다”며 웃는다. 지씨는 “딸인 경현이가 다른 교실에서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다”면서 “아이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빠, 엄마가 함께 배우면 학습효과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오히려 반대라는 게 가르치는 이들의 말이다.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김승복(52) 상임지휘자는 “3개월 동안 초보자들을 가르쳐 어떻게 오케스트라 합주를 할지 처음엔 단원 모두가 회의적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니 생각이 바뀌었다”며 ”분위기가 아주 좋고 기술도 생각보다 빨리 늘고 있다. 악기를 배우고 합주를 향해 가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강사들 역시 “색다른 경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빠 3명으로 구성된 색소폰반을 이끄는 김설(33·광명오케스트라 단원)씨는 “다른 성인반과 달리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고, 쉬는 시간에도 악기 연주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가족 오케스트라는 오는 11월 16일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발표회를 연다. 지금은 미숙하지만 멋진 ‘피날레’를 위해 가족들은 토요일마다 구슬땀을 흘린다. 이들을 지휘할 김 상임지휘자는 “감동적인 과정을 거친 이들의 소리가 모여 어떤 음색을 만들지 벌써부터 설렌다”며 웃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3-09-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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