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떨고 있는 인문·예체능계열

또다시 떨고 있는 인문·예체능계열

입력 2014-09-10 00:00
업데이트 2014-09-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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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정원 감축 위한 학과 통폐합·개편 나서

대학 정원 감축이 본격화되면서 인문계열, 예술계열 등 전통 학문 위기론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학과 구조개편 및 구조조정에 나선 대학들이 ‘취업률’ 등 실용적 기준을 중시하면서 이 같은 기준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통 학문이 통폐합 대상 1순위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상아탑’의 본분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까지 2년간 총정원의 4%를 감축하기로 한 중앙대는 요즘 학과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문계열이 통폐합 대상으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앙대는 2008년 두산그룹에 인수되면서 77개 학과를 46개로 통폐합, 학생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취업률 등을 기준으로 인문계열이 대거 폐지됐다. 청소년·아동복지·가정복지·비교민속학과 등이 없어졌고, 경영학과 등은 정원이 늘었다.

중앙대 측은 9일 “이달 말까지 공청회를 마무리 짓고 다음달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의 핵심 과제로 정원 감축을 유도해 왔고, 대학들로부터 2017년까지 모두 3만 5000명의 정원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받은 상태다. 정원을 감축하는 대학에는 정부지원금 평가에서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2023년까지 2013년 대비 대학 정원 16만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학과 통폐합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 등이 타깃으로 떠오른다는 점이다. 실제 세종대는 각종 어문학과를 국제학부로 묶었고, 한국외대도 중국어대학과 일본어대학 세부학과를 통폐합했다. 이화여대 역시 식품영양학과나 체육대학 등을 다른 전공과 연계해 개편할 계획이다.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 덕성여대, 삼육대, 성균관대, 건국대, 단국대, 동국대 등도 학과 개편을 논의 중이다. 숙명여대가 음대·미대·무용과·체육교육학과를 예술대학으로 묶어 정원을 크게 줄이려다 대학 내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는 등 잡음도 잇따른다. 중앙대의 한 학생은 “기초학문 전공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려면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에 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이 오로지 취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이를 정부가 주도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4-09-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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