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오래 산다는 것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오래 산다는 것

입력 2011-10-31 00:00
수정 201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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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개인의 행복이 사회적으로는 부담인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요새는 공동체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요시하고, 그래서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부담이 충돌할 경우 당연히 개인의 행복을 먼저 취하는 세상입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개인이냐, 사회냐에 대한 견해차만 있을 뿐이지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문제, 즉 고령화가 여기에 해당되는 현상일 겁니다.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사회는 개인의 묶음이므로 개개인의 행복이 사회의 행복으로 귀결되는 게 당연합니다. 따라서 개인이 오래 산다면 당연히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모든 인간은 오래 살기를 희구합니다. 그것도 건강하고 요족하게 오래 살려 합니다. 오죽하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 사는 사람들’을 혐오감과 버무려 ‘고령화’라는 조어를 만들어 냈고, 거기에다 온갖 부정적 이미지를 덧칠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위도식’ ‘병약’ ‘의존’ ‘거추장스러움’ ‘부담’ ‘불결’ 등등. 이런 인위적 이미지 조작이 사실은 사회적 병리성, 즉 개인을 끝없이 경쟁으로 내모는 자본주의적 생존경쟁에서 비롯된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물신의식, 개인의 능력을 연봉이나 자산으로 서열화하는 속물성에다가 돈이 된다면 사람까지도 팔아넘기는 위험한 배금주의 등이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노인들은 확실히 비생산적입니다. 불결하고 거추장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그토록 갈구하던 장수의 꿈을 이루고도 박수를 받지 못하는 것이지요.

고령자의 노후 보장은 국가의 몫이고, 그걸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라면 그만큼 국가를 허술하게 경영했다는 말 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노후를 돈으로만 셈하려는 천박한 인식이야말로 국가의 실정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지요. 품격 있는 노인관은 노인의 삶을 존중하는 장로의식에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이게 참 난망한 일입니다. 자라는 세대들이 우리보다 더 강고한 ‘노인 경시’의 이념으로 무장하고 있어섭니다. 그래서 더 막막하지요. 우리도 머잖아 몸 붙일 곳 없는 천덕꾸러기 노인일 수밖에 없는 일이니.

jeshim@seoul.co.kr



2011-10-3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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