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생금융상품 키코 계약 불공정하지 않다”

대법원 “파생금융상품 키코 계약 불공정하지 않다”

입력 2013-09-26 00:00
업데이트 2013-09-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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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 목적 부합”…”은행, 적합하지 않은 상품 권유는 안돼”첫 대법 판결로 기준 제시…상고심 사건 4건 중 2건 파기환송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의 불완전판매·불공정거래 논란에 대해 대법원이 사실상 은행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6일 키코 관련 수출기업들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4건에 대한 선고에서 논란이 됐던 키코 상품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키코(KIKO)란 ‘녹인’(Knock-In), ‘녹아웃’(Knock-Out)에서 따온 말로 환율이 상한(Knock-In)과 하한(Knock-Out)의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정한 환율에 외환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만기환율이 약정환율보다 낮은 경우 기업은 풋옵션을 행사해 환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만기환율이 약정환율보다 높으면 은행이 콜옵션을 행사, 기업은 환차손을 입게 된다.

환율이 내릴 것에 대비해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대법원은 우선 키코상품이 환헤지에 적합한 상품인지 여부에 대해 “키코 계약 체결로 환율이 상승했을 경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외환현물에서는 환차익이 발생해 전체적 손익은 변화가 없다. 키코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어떤 계약이 불공정한지 여부는 계약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향후 외부환경 급변에 따라 일방에 큰 손실이, 상대방에 상응하는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해서 그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적합성 의무와 관련해 “은행은 환헤지 목적 기업과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할 때 그 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은행이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는 고객이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계약구조와 내용,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발생가능한 손실의 구체적 내용, 위험요소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이날 키코 관련 4개 사건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는 “원고는 이미 유사한 거래경험이 있어 키코 계약이 과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세신정밀이 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은행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신한은행은 9억3천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세실정밀 대표이사 이모씨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삼코가 하나은행과 체결한 2건의 키코 계약 중 첫 번째 계약은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두 번째 계약은 은행측 의무 위반을 인정, 상고를 기각하고 “하나은행은 3억4천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모나미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는 “원고가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목적으로 단기간에 고위험 구조의 키코 계약 등 15건의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은행은 18억8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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