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서라] 조국 부인 소환 앞두고 청와대 경고받은 검찰

[법서라] 조국 부인 소환 앞두고 청와대 경고받은 검찰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9-09-28 11:00
수정 2019-09-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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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경심 소환설’에 취재진 대기
대검 “총장, 주광덕 의원 친분 없다”
문 대통령 “절제된 검찰권 행사 중요”
“절제하라는 얘기는 수사 말라는 뜻”
퇴로 없는 검찰, 정경심 소환 ‘승부처’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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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언제 오나
정경심 언제 오나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 조사에 대비해 취재진이 서울중앙지검 1층 출입문 앞에 만들어 놓은 포토라인. 2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19.9.27 연합뉴스
“1층을 통한 출입이 원칙”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을 놓고 검찰이 공개 소환도 아니고 비공개 소환도 아닌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인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층 출입문 앞에는 취재진이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보수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유튜버들도 찾아왔습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정 교수가 당장 온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날은 검찰이 조 장관 일가 관련 강제수사에 돌입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가 지나고, 10시 반이 지나도 정 교수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도 슬슬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당분간 정 교수가 소환될 때까지 중앙지검 1층에서는 똑같은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시각, 중앙지검과 길 하나 사이를 놓고 위치한 대검찰청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로 간부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지난 23일 조 장관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검사와 통화한 것은 ‘수사 압력’으로 봐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상황, 조 장관의 지위 등을 고려해볼 때 전화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윤 총장과 (조 장관의 검사 통화 사실을 공개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친분설이 여당 쪽에서 제기되자 검찰은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주 의원과 연수원 수료 이후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어 “연수원 재직 시절 연수생 전원이 참석하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을 뿐이고, 검찰총장이 주 의원과 신림동에서 고시 공부를 함께 했다거나 모임을 만들어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어떻게든 윤 총장을 이번 사태에 끌어들이려는 시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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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 검찰총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조 장관 일가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두 명의 수장 중 한 명은 옷을 벗어야 끝나는 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윤석열(왼쪽) 검찰총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조 장관 일가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두 명의 수장 중 한 명은 옷을 벗어야 끝나는 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현 정권 실세인 조 장관 수사가 시작된 후 서초동은 매 순간 긴박하게 돌아갔지만, 이날은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압수수색 검사와 통화한 조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초동을 찾았습니다.

정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찍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수사권 ‘조정’ 대신 수사권 ‘독립’이란 표현도 썼습니다. 단어 하나 하나가 검찰을 향해 날이 서 있는 듯 했습니다.

갑작스런 대통령 메시지에 검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검찰도 입장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있자, 대검은 “검찰은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 문장의 짧은 입장문을 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왜 이 시점에 이런 메시지를 냈는지 의아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조 장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메시지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중인 검찰에 ‘절제하라’는 말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조 장관과 검찰의 대결 국면이 대통령과 검찰의 대결 구도로 바뀌게 됐다”고 해석했습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칼을 빼든 이상, ‘퇴로’가 없는 검찰은 정 교수 소환을 ‘승부처’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정 교수 조사를 마친 뒤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판단되면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직 법무부 장관 부인이 구속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승부수가 통하지 않을 때는 후폭풍이 거세게 불 수 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과 수사팀은 지금 직을 걸고 수사를 하는 중”이라면서 “윤 총장과 조 장관 둘 중 한 명은 옷을 벗어야 끝나는 게임”이라는 관전평을 내놓았습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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