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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형 인공장기로 난치병 잡는다

조립형 인공장기로 난치병 잡는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4-04-25 01:35
업데이트 2024-04-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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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배양’ 오가노이드 주목

생쥐·유인원 대신 기능 구현 가능
선천성 질환·암 등 치료 과정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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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유사 미니 장기이고 어셈블로이드는 세포 재구성을 통해 조립형 미니 인공장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과학자들은 오가노이드와 어셈블로이드를 이용해 뇌의 각 부위가 다른 뇌 부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 수 있다. 사진은 피질-선조체 어셈블로이드를 찍은 것.  미국 스탠퍼드대·스위스 EPFL 제공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유사 미니 장기이고 어셈블로이드는 세포 재구성을 통해 조립형 미니 인공장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과학자들은 오가노이드와 어셈블로이드를 이용해 뇌의 각 부위가 다른 뇌 부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 수 있다. 사진은 피질-선조체 어셈블로이드를 찍은 것.
미국 스탠퍼드대·스위스 EPFL 제공
생물학, 의학 연구를 위해서는 생체를 이용한 임상실험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최근 동물권 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생쥐나 유인원 등을 이용한 실험도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신약 개발, 질병 치료, 인공장기 개발 등을 위해 ‘오가노이드’(organoid)나 ‘어셈블로이드’(assembloid)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등을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 유사체로 미니 장기, 유사 장기로 부른다. 어셈블로이드는 세포 재구성으로 만든 조립형 미니 인공장기다. 오가노이드가 인간 장기의 기능을 완벽히 구현해 내는 데 한계가 있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과학·행동과학과와 신경학과, 에모리대 인간 유전학과 공동 연구팀은 중증 신경 발달 질환인 티모시 증후군에 대한 유전자 교정 치료법을 개발했으며 뇌 오가노이드와 어셈블로이드로 실험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4월 25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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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오가노이드가 결합한 어셈블로이드. 대략 렌틸콩 크기다.  미국 스탠퍼드대·스위스 EPFL 제공
두 개의 오가노이드가 결합한 어셈블로이드. 대략 렌틸콩 크기다.
미국 스탠퍼드대·스위스 EPFL 제공
티모시 증후군은 인지 장애, 자폐 스펙트럼 증후군, 뇌전증 등 다양한 신경정신과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신경세포의 칼슘 채널을 암호화하는 ‘CACNA1C’라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선천성 유전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CACNA1C 유전자 일부를 표적으로 한 짧은 가닥의 합성 RNA인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로 돌연변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해 티모시 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방법을 실험하기 위해서 연구팀은 티모시 증후군 환자 3명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새끼 생쥐의 뇌에 이식했다. 생쥐가 커갈수록 티모시 증후군 환자의 뇌 오가노이드가 생쥐의 뇌와 완벽히 통합되는 것이 관찰됐다. 그다음 연구팀이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주입한 결과 칼슘 채널 결함이 교정돼 티모시 증후군이 치료된 것이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세르지우 파스카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재 치료 불가능한 신경 퇴행성 질환이나 신경 발달 장애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에 앞서 줄기세포 기반 오가노이드로 검증하는 것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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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만든 오가노이드. 미국 스탠퍼드대·스위스 EPFL 제공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만든 오가노이드.
미국 스탠퍼드대·스위스 EPFL 제공
그런가 하면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EPFL) 생명공학연구소, 스위스 국립실험암연구소(ISRCEC), 레만 국립암센터, 바젤 로셰 혁신센터 공동 연구팀도 대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대장암 발병 과정을 상세히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 저널 ‘네이처’ 4월 25일자에 발표했다.

오가노이드는 암세포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데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기존 방식으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세포 유형과 조직 수준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고해상도로 실시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대장암 오가노이드 모델을 개발했다. 이 오가노이드 모델은 청색광을 이용해 원하는 부위에 암세포가 발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한편 몇 주 동안 고해상도로 실시간 추적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대장암 오가노이드를 생쥐에게 이식해 실험한 결과 실제 대장암 진행 과정과 같게 종양을 발달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파스카 교수와 함께 오가노이드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마티아스 루돌프 EPFL 교수는 “오가노이드는 종양 성장과 관련한 복잡한 과정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며 새로운 치료법 발견 속도도 앞당길 수 있게 해준다”며 “이번 연구는 이전에는 동물 모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복잡한 과정을 모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2024-04-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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