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이언스] 티라노사우루스 최강 공룡 비결은 ‘롱다리’

[달콤한 사이언스] 티라노사우루스 최강 공룡 비결은 ‘롱다리’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5-15 14:58
수정 2021-05-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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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 아닌 마라토너

최강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비결은 롱다리
최강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비결은 롱다리 티라노사우루스의 친척뻘인 다스플레토사우루스(왼족)가 초식공룡인 스피놉스를 추적하는 모습. 다스플레토사우루스처럼 덩치 큰 육식공룡은 다리가 긴 것이 특징인데 이는 빠른 속도가 아닌 에너지 효율성과 지구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플로스 원 제공
모든 이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다리가 긴 사람은 보폭이 넓어 달리기나 걷기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리하다. 중생대 백악기 말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가 최강 육식공룡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롱다리’ 덕분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마운트마티대 생물학과, 메릴랜드대 지리학과, 국립자연사박물관 고생물학부, 서던캘리포니아대 의대 통합해부학과, 캐나다 맥길대 자연사박물관 공동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가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최강 공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롱다리’ 때문이라고 17일 밝혔다. 긴 다리가 하루 종일 먹이를 찾아 헤맬 때 에너지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줬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14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70종 이상의 수각류 공룡의 사지비율 체질량, 걸음걸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공룡의 최고 속도와 걸을 때 속도와 에너지 소비량을 추정했다. 수각류 공룡은 2족 보행을 한 공룡으로 거의 대부분이 육식성이다.

그 결과 몸무게가 1000㎏에 못 미치는 중소형 수각류들은 다리가 길면 달리기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1t이 넘는 대형 수각류의 경우 최고 달리기 속도는 신체 크기에 의해 제한되지만 다리가 길어지면 걸을 때 소모되는 에너지양이 적어진다는 것을 연구팀은 밝혀냈다.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거대 육식공룡들은 단거리 스프린터가 아닌 마라토너 라는 말이다. 거대 육식공룡에게서는 지구력과 에너지효율성을 고려해 다리가 길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롱다리
티라노사우루스는 롱다리 몸집이 1t 미만인 작은 수각류들에게 긴 다리는 빠른 속도라는 장점을 줬지만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거대공룡에게서 긴 뒷다리는 보다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메릴랜드대 제공
백악기 말 사실상 천적이 없었던 티라노사우루스는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천천히 어슬렁거리다가 먹잇감을 봤을 때 순간적인 속도로 낚아챘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빠른 동물로 알려진 치타처럼 계속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어슬렁거리며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 폭발적인 속도를 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토머스 홀츠 주니어 메릴랜드대 교수(고생물학)는 “육식공룡들은 먹는 시간보다 먹이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이동을 할 때도 에너지효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먹이를 찾아 헤메는 동안 적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도록 롱다리로 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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