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무표정씨, 본선 갈 땐 웃어주세요

최강 무표정씨, 본선 갈 땐 웃어주세요

입력 2012-03-02 00:00
수정 2012-03-0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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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승리 뒤에도 무덤덤

급한 불은 껐다. 축구대표팀이 29일 쿠웨이트를 꺾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 가게 됐다. 경기 내용에 대한 ‘뒷담화’가 많다. 이동국(전북)-박주영(아스널)의 조화 문제부터 부실했던 ‘허리’, 다소 과했던 윙백의 오버래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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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은 ‘ㅋㅋㅋ’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에 나선 최강희 감독의 무표정한 얼굴이 축구팬들 사이에 화제를 낳고 있다. 왼쪽은 후반 20분 이동국의 선제골이 터진 직후, 오른쪽은 6분 뒤 이근호의 쐐기골이 들어간 직후의 최 감독 표정이다. 방송사의 득점 선수 자막이 없었더라면 쿠웨이트에 한 골씩 먹은 뒤의 장면으로 오해할 법하다. 가운데 작은 사진들은 24가지 감정의 변화에도 한결같은 그의 표정을 패러디한 누리꾼의 게시물.  SBS 중계화면 캡처·다음 카페 ‘아이 러브 사커’ 발췌
보는 사람은 ‘ㅋㅋㅋ’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에 나선 최강희 감독의 무표정한 얼굴이 축구팬들 사이에 화제를 낳고 있다. 왼쪽은 후반 20분 이동국의 선제골이 터진 직후, 오른쪽은 6분 뒤 이근호의 쐐기골이 들어간 직후의 최 감독 표정이다. 방송사의 득점 선수 자막이 없었더라면 쿠웨이트에 한 골씩 먹은 뒤의 장면으로 오해할 법하다. 가운데 작은 사진들은 24가지 감정의 변화에도 한결같은 그의 표정을 패러디한 누리꾼의 게시물.

SBS 중계화면 캡처·다음 카페 ‘아이 러브 사커’ 발췌


하지만 쿠웨이트전은 특수 상황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향후 국가대표팀의 비전을 말할 수 없다. 쿠웨이트에 지면 끝이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축구 철학이나 색깔을 덧입히는 건 ‘벼랑 끝’ 한국 축구에 사치였다. 쿠웨이트전에서 단단한 짜임새나 뚜렷한 색깔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욕심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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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한 얼굴로 “어차피 영웅 아니면 역적되는 건데 뭘~” 하던 최 감독은 일단(?) 영웅이 됐다. 그리고 이제부터 더욱 고된 장정이 시작된다.

사실 ‘원포인트 대표팀’이란 명분 아래 많은 것이 용서됐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해외파가 대거 제외됐고, 이동국·김상식·박원재 등 동고동락했던 전북맨 넷이 태극 마크를 달았다. 김두현(경찰청)·한상운(성남)·김치우(상주) 등을 부른 것도 최 감독의 고집이었다.

그러나 6월부터 시작되는 최종예선은 한 경기 한 경기가 검증 대상이 된다. 호주·일본·이란·이라크 등 상대는 더 크고 강하다. 그래서 선수단을 아우르는 축구 철학과 비전이 중요하다.

아직 최 감독도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지 않았다. 신년 간담회에서 “일단 쿠웨이트전을 마친 뒤 6월 최종예선, 그리고 런던올림픽이 끝나는 8월까지 3단계로 대표팀 선수 선발 및 운영 방안을 생각 중”이란 틀만 제시했다.

그러나 전북을 챔피언에 올려놓은 ‘닥공’(닥치고 공격)은 대표팀에도 상당 부분 이식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지거나 밀릴 때는 물론 이기고 있을 때도 한결같이 공격을 시도했다. 때로는 역습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화끈한 공격과 용병술로 장기 라운드에서 재미를 봤다.

쿠웨이트전에서도 밀릴 때 공격수 김신욱을 넣어 이동국·이근호(울산)에게 찬스가 생겼다. 한 클럽보다 대표팀 전력이 강한 건 당연하다. 태극전사들로 업그레이드된 닥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난 클럽 체질”이라고 한사코 감독직을 고사하던 ‘봉동 이장님’도 최고의 선수 조합을 꾸려 독일·스페인·영국·브라질 등을 유학하며 정립한 ‘최강희 축구’를 완성시킬 수 있다.

한숨 돌린 최 감독이 이제 긴 호흡으로 K리거와 해외파를 살피게 될 것이다. 덩달아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도 바뀔지 주목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3-0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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