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합창단, 한국어로 애국가 열창
완벽하게 연기를 끝마친 ‘피겨 여왕’ 김연아(23)의 얼굴은 벅차올랐다.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은 자신들이 응원하던 선수들도 잊고 우렁찬 기립박수로 여왕의 귀환을 반겼다.
전 세계 피겨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
2013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치러진 이날 경기장 밖은 짙은 어둠에 싸였지만, 빛처럼 눈 부신 링크 위에는 김연아가 비상을 준비 중이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가 이제 4년 만의 세계 정상 재탈환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남겨놓은 것.
김연아가 은반 위에서 음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순간 경기장에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적막이 흘렀다.
고전적인 의상을 입고 9천여 관중의 뜨거운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서 있는 김연아에게는 터질 듯한 긴장감이 새어 나왔다.
김연아는 ‘레미제라블’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에 맞춰 가볍게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의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워낙 기본점이 높아 완벽하게 처리하기만 해도 우승의 8부 능선을 넘는다는 이 점프를 김연아가 완벽하게 성공하자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날 사용) 판정을 받은 트리플 플립까지 깔끔하게 뛰어오르자 관중석에서는 찬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계속되는 스핀 연기와 트리플 러츠 등 김연아가 한 번 솟구칠 때마다 경기장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연아가 링크를 휘저을 때에는 모두 황홀경에 빠진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앞서 아사다 마오(일본), 케이틀린 오스먼드(캐나다)가 연기를 마쳤을 때는 링크에서 몸을 푸는 김연아의 기를 죽이기라도 하려는 듯 맹렬히 자국 국기를 흔들며 소리를 지르던 일본·캐나다 팬들도 탄성을 연발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김연아가 마지막 스핀 과제인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구사하며 절정으로 치닫자 경기장의 함성은 스핀의 스피드에 비례해 점차 고조돼갔다.
김연아가 마침내 연기를 마치자 누구나 할 것 없이 ‘피겨 여왕’의 완벽한 연기에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2년 만의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어느 때보다 큰 부담과 긴장을 느꼈을 김연아도 관중의 기립박수에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환하게 웃었다.
이윽고 전광판에는 여자 싱글 역대 두 번째 고득점인 218.31점이 찍혔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김연아로서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선수 인생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는 생각에 김연아도 한동안 감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시상식에서는 캐나다 합창단이 직접 한국어로 애국가를 부르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비록 발음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김연아의 우승이 확정되기 이전부터 한국어로 된 애국가를 준비했던 듯 보였다.
제일 높은 단상에 올라선 김연아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캐나다 땅에서 캐나다인들의 입을 통해 불린 애국가.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