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골프, 8할은 엄마

그의 골프, 8할은 엄마

입력 2013-05-21 00:00
업데이트 2013-05-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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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첫 승 배상문의 어머니 시옥희씨

20일 한국 국적의 선수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린 배상문 뒤에는 언제나 ‘캐디’를 자처하던 ‘열성 맘’ 시옥희(오른쪽)씨가 있었다. 사진은 시씨가 2007년 5월 경기 이천 비에이비스타골프장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에서 캐디를 맡았을 때의 모습. 연합뉴스
20일 한국 국적의 선수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린 배상문 뒤에는 언제나 ‘캐디’를 자처하던 ‘열성 맘’ 시옥희(오른쪽)씨가 있었다. 사진은 시씨가 2007년 5월 경기 이천 비에이비스타골프장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에서 캐디를 맡았을 때의 모습.
연합뉴스
“내 골프의 8할은 어머니다.”

배상문(27·캘러웨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에 등극하는 순간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어머니 시옥희(57)씨였다. 시씨는 아들이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매치플레이에 버금가는 격전을 치르던 그 시간, 경남 합천 해인사 홍제암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시씨가 해인사를 찾은 건 석가탄신일 하루 전날인 지난 16일. 밤샘 불공을 드리기 위해서였다.

배상문, PGA 우승 세번째 한국인
배상문, PGA 우승 세번째 한국인 배상문(27·캘러웨이)이 20일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TPC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키건 브래들리(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한 뒤 동료 이동환(26·CJ)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배상문은 최경주, 양용은에 이어 세 번째, 지난 2011년 5월 최경주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꼭 2년 만에 PGA 정상을 밟은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어빙 AP 특약
그 사이 배상문은 태평양 건너 텍사스주의 한 골프장에서 PGA 첫 정상에 오르기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4라운드가 열린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TPC(파70·7166야드)에서 배상문이 최종 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우승하자 시씨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117만 달러의 상금이 다는 아니었다. 더 귀중한 건 올해 끝나는 아들의 출전권 시한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머니 시씨는 골프 선수인 아들의 성공을 위해 헌신한 ‘열성 맘’이다. 언제부터인지 배상문 하면 어머니를 먼저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시씨는 배상문이 골프 선수로 커 가는 동안 홀몸으로 아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집은 물론 반지 등 돈이 되는 건 죄다 내다 팔았다. 배상문이 국내와 일본 투어 상금왕에 오르면서 팔았던 집을 찾아 줬지만 이번엔 불사에 시주했다.

국내에서 활동할 당시 시씨는 155㎝를 간신히 넘는 작은 키에 아들의 백을 메고 ‘배상문의 캐디’를 자처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백을 전문 캐디에게 물려주고 난 뒤에도 그는 아들의 경기를 일일이 쫓아다니며 대놓고 ‘훈계’를 서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쯧쯧” 하며 흉을 봤지만 시씨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배상문의 어머니가 아니라 엄한 스승이면서 친구였다.

시씨는 아들의 표정만 봐도 뭐가 문제인지 족집게처럼 집어냈다. 아들을 뒷바라지하다 보니 어느덧 골프 전문가가 다 됐다. 특히 아들의 스윙에 관한 한 시씨만큼 정확한 분석을 하는 스승은 아직 없다. 그는 배상문의 가장 큰 단점을 ‘산만함’이라고 꼬집었다. “스타급 선수들이 다른 점은 그린에서 집중하는 것”이라며 “아들이 그린을 건성으로 보는 건 정말 못마땅했다”고 털어놓았다.

2011년 PGA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얻은 배상문의 전 경기 출전권은 올해까지다.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하기 위해 계기가 필요했던 배상문은 2년차인 올해 승부를 걸었다. ‘나 홀로 훈련’에서 벗어나 필 미켈슨(미국), 비제이 싱(피지), 맷 쿠차(미국) 등을 지도한 릭 스미스를 전담 스윙코치로,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맷 미니스터를 새 캐디로 영입했다.

그러나 배상문을 PGA 정상에 서게 한 사람은 단연코 어머니였다. 2009년 한국 무대 상금왕, 2년 뒤 일본 무대 상금왕에 오른 이후 배상문은 “내 골프의 8할은 어머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시씨는 “부처님이 도우신 덕”이라며 “이제 네게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 물론 골프장에서 소리 지르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2013-05-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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