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선수’ 정훈을 바꾼 절박함 “이대로는 옷 벗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반쪽 선수’ 정훈을 바꾼 절박함 “이대로는 옷 벗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0-07-29 02:59
업데이트 2020-07-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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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반쪽 선수’라는 오명을 벗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정훈이 첫 관객을 맞은 ‘롯데 시네마’의 화려한 엔딩을 장식했다. 사연 많은 경기를 끝내준 정훈 덕에 롯데는 NC 와의 시즌 전적에서 2승 2패 동률을 이뤘다. 5할 승률에서도 단 1승이 부족하다.

정훈은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상대 마무리 원종현을 상대로 끝내기 3점 홈런을 때려내며 극적인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의 공격에 앞서 1시간 넘게 경기가 중단되며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정훈은 이번 시즌의 좋은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경기 후 정훈은 “슬라이더만 노리고 몸쪽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만 치자고 생각했다”면서도 “공이 (원종현의) 손에서 나올 때부터 기억이 잘 없다”고 돌이켰다. 앞서 경기가 중단된 상황에 대해 “분위기가 좋게 있진 않았지만 감독님이 앞으로도 몇 번 더 이런 게임할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하자고 하셔서 편하게 쉬면서 준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팩트 강한 장면을 만들어냈지만 올해 정훈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매서운 타격감을 자랑하다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하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었다. 정훈은 “어쩐지 잘 되나 싶더라.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최근 3~4년 동안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너무 안 좋았다.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여서 안 좋은 쪽으로 많이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훈은 부상 복귀 이후에도 기량을 보여주며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스스로가 꼽은 비결은 ‘절실함’이었다. 정훈은 “그동안 주위 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나가기만 하면 잘 할 수 있는데’라는 변명을 자꾸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기를 몇 년, 마음가짐을 바꾸게 만드는 깨달음이 왔다. 정훈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야구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옷을 벗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엔트리에 못 살아남는 이유가 반토막 선수였기 때문에 냉정하게 생각하면서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번주 경기 결과에 따라 잡힐듯 쉽게 잡히지 않는 5할 승률을 넘을 수도 있다. 허문회 감독이 시즌 초부터 꾸준히 강조했던 ‘승부처’인 8월도 시작된다. ‘은퇴’라는 눈 앞의 절벽을 마주한 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리드오프로 변신한 정훈이 공격을 어떻게 여는지에 따라 롯데의 승부도 달라질 수 있다.

부산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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