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통해 ‘금메달의 한’을 푼 오서 코치

제자 통해 ‘금메달의 한’을 푼 오서 코치

입력 2010-02-26 00:00
업데이트 2010-02-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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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년전 ‘브라이언의 전쟁’에서 눈물을 흘렸던 브라이언 오서(48) 코치가 김연아(20·고려대)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의 기쁨을 느끼는 환희의 순간을 맞았다.

 26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선 한국과 일본의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가 점프를 뛸 때마다 함께 제자리에서 뛰며 호흡을 함께했고,김연아가 멋진 착지를 선보일 때 주먹을 꼭 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오서 코치는 경기 후 “(프리스케이팅에서) 140점만 얻을 수 있어도 대단한 점수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김연아는 150점을 넘었다”고 기뻐했다.

 이어 “김연아는 처음에는 조금 긴장한 듯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며 “김연아는 스탭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고 온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현역 무대를 떠나 코치로 전향한 이후 처음 제자로 맞은 ‘특급 선수’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로 관중을 압도하며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자 오서 코치는 22년 전 아픈 기억을 훌훌 털어내고 ‘피겨퀸’으로 거듭난 김연아에게 축하를 보냈다.

 오서 코치는 또 “나는 김연아가 올림픽의 중요한 순간을 가져 가기를 바랐다”며 “김연아가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올림픽 경기를 그냥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간판 남자 싱글 선수였던 오서 코치는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은메달에 그쳤고,이후 현역 무대를 떠나 아이스쇼 출연과 연출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던 2007년 김연아와 인연을 맺은 오서 코치는 밴쿠버 ‘크리켓 빙상장’에서 유망주 김연아를 지도하기 시작했고,김연아가 그랑프리 파이널을 비롯해 4대륙 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특급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가 나에게 처음 왔을 때 15살이었다”며 “지금과 같은 재능을 갖지 못했던 김연아는 빈 캔버스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코치로 나선 오서의 꿈은 자신의 제자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다.

 지난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당시 오서 코치는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더불어 당대 남자 싱글을 양분하던 대스타였다.

 이 때문에 당시 언론에선 ‘브라이언 전쟁(Battle of the Brians)’이라고 대서특필하며 누가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지 큰 관심을 보였다.

 1988년 캘거리 대회 때는 피겨가 컴펄서리-쇼트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 3종목으로 구성됐고,컴펄서리에서는 보이타노,쇼트프로그램에서는 브라이언 오서가 앞서면서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운명의 프리스케이팅에서 보이타노는 여덟 번의 트리플 점프와 두 번의 트리플 악셀을 뛰는 무결점 연기를 펼쳤다.

 반면 오서는 애초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뛰려고 했지만 계획을 바꿔 한 차례만 수행하기로 했고,트리플 플립에서 실수하면서 끝내 보이타노에게 금메달을 넘겨주면서 2회 연속 은메달의 불운을 뛰어 넘지 못했다.

 이후 현역에서 물러난 오서는 애제자가 아사다 마오와 함께 ‘한일 동갑내기 라이벌’을 형성,자신의 현역 시절과 너무나 흡사한 경쟁을 펼치는 것에 따스한 격려를 보내줬고,자신의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마침내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했다.

 다만 오서 코치는 자신의 이런 경력이 김연아에게 부담이 될까봐 경기 직전까지 우려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시카도 트리뷴과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마침내 금메달을 따겠군요’라고 덕담을 건넸다”며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김연아가 금메달을 딸 것이고 이번 올림픽은 김연아의 것’이라고 대답했다.사람들이 그렇게 나에게 질문하는 것은 김연아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밴쿠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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