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빈자리 이토록 컸던가

박지성 빈자리 이토록 컸던가

입력 2010-06-05 00:00
업데이트 2010-06-0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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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없었다. 가벼운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벤치를 지켰다. 한국은 4일 ‘무적함대’ 스페인(국제축구연맹 랭킹 2위)과 대등한 경기를 치렀지만 시원하게 공격 활로를 뚫어 주던 ‘산소탱크’의 공백은 못내 아쉬웠다.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한 박지성(왼쪽)이 4일 벤치에서 스페인전을 지켜보고 있다. 인스브루크 연합뉴스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한 박지성(왼쪽)이 4일 벤치에서 스페인전을 지켜보고 있다.
인스브루크 연합뉴스
한국팀은 4-4-2가 아닌 4-2-3-1 포메이션으로 스페인과 맞섰다. 세계적인 미드필더진을 보유한 스페인과의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허리를 두껍게 한 것. ‘아르헨티나전 모의고사’였던 만큼 월드컵 본선에서도 유효한 포메이션이다. ‘월드클래스’를 상대로 가능성을 시험하려던 계획은 박지성의 결장으로 살짝 어그러졌다.

박지성은 태극전사의 ‘정신적 지주’인 동시에 전술적으로도 중추 역할을 맡아 왔다. 명목상(?) 왼쪽 날개를 맡고 있지만 사실 박지성의 자리는 없다. 중앙 미드필더는 물론 최전방까지 오간다. 발걸음 닿는 곳이 모두 그의 영역이다. 변화무쌍한 시프트에 상대 수비라인은 당황하기 일쑤였다. 그런 변칙작전이 허정무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박지성의 빈자리는 김재성(포항)이 대신했다. 폭넓은 움직임과 투쟁력으로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빼앗은 김재성이었지만 역시 박지성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은 매끄럽지 못했고, 볼 배급도 한 박자씩 늦었다. 스페인 같은 큰 상대와 싸워본 경험이 없는 탓인지 위축된 모습. 결국 전반 중반 이후 이청용(볼턴)이 중앙을 꿰찼고, 김재성은 오른쪽 날개로 겉돌았다.

후반엔 김남일(톰 톰스크)·김정우(광주)가 중앙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추고, 기성용(셀틱)이 박지성 자리에 나섰다. 이것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공격전개가 느리고 답답했다. 박주영(AS모나코)은 고립됐다. “박지성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박지성은 지난달 대표팀이 소집된 뒤 풀타임 출장이 없다. 에콰도르·일본·벨라루스를 상대로 몸만 풀었고, 스페인전에선 푹 쉬었다. 호흡을 맞춘 시간이 그만큼 적다.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는 아니라는 말. 물론 ‘공격의 핵’인 박지성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전술 노출이 최소화됐다는 장점도 있다.

태극전사들은 ‘거함’ 스페인을 상대로 제 몫을 했다. 이젠 ‘캡틴’이 보여줄 차례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06-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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