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허 찌르려다 허 찔렸다’

그리스 ‘허 찌르려다 허 찔렸다’

입력 2010-06-12 00:00
업데이트 2010-06-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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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축구 대표팀은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허를 찌르려다 허를 찔린 셈이 됐다.

 그리스는 비중이 높은 경기에서 전매특허로 구사하던 수비형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를 뒤집고 최근 북한,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고전했던 공격적 전형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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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첫골을 넣은 이정수가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첫골을 넣은 이정수가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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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 수비수들은 초반부터 빈번하게 전방으로 나왔고 ‘실리축구의 제왕’이라는 그리스의 특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먼저 틀어막고 나서 강점이 있는 세트피스나 공중볼로 후반에 결승골을 노릴 것이라는 일반적 관측을 뒤집고 한방을 먼저 터뜨린 뒤 나중에 틀어 잠그면서 허를 찌를 심산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작전은 전반 7분 세트피스에서 한국 난데없이 수비수 이정수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은 뒤 공수 모두에서 완전히 엉클어지고 말았다.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작전인 질식수비의 의미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너무 일찍 산통이 깨져버린 것.

 그리스는 공격에 치중하다가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턴),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 전반에 결정적인 기회를 주는 등 수비 자체가 흔들렸다.

 마치 한국이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농락을 당할 때처럼 말린 모양새였다.

 그리스는 후반 들어서도 초반까지는 마찬가지로 무기력했다.

 수비수 루카스 빈트라가 공격에 나서다가 박지성에 볼을 빼앗겼고 남아있던 수비수 2명이 박지성에게 농락을 당하며 추가실점을 허용했다.

 그리스는 후반 중반에 장신의 우위가 있던 베테랑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와 요르고스 사마라스 등을 빼고 발이 빠른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와 판텔리스 카펜타노스를 투입했다.

 초조함 때문에 부정확해진 크로스 탓에 공중볼의 이점을 누릴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코너킥과 프리킥에서도 장신의 우위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스는 후반 들어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페널티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유효슈팅을 날리는 등 분전했으나 이미 수비작전으로 색깔을 바꾼 한국의 골문을 결국 열지 못했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전반에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엉클어진 경기내용과 처참한 결과는 돌이킬 수 없어 아쉬움만 곱씹었다.

 그리스 취재진에서는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리스 스포츠전문지 소소스 테오드로스 기자는 “모든 면이 좋지 않았다”며 “그리스의 장점인 강력한 수비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는 레하겔 감독에게 “보따리를 쌀 준비가 됐느냐”는 그리스 취재진의 질책성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남은 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졸전을 펼친다면 전략 실패에 대한 비난과 역시 클럽과 월드컵 사령탑은 다르다는 비아냥거림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정무 한국 감독은 “그리스가 1∼2명을 제외하고는 그리스 선발진을 모두 예상했다”며 “전술도 우리가 예상했던 것 그대로였다”고 말해 노회한 레하겔과 ‘수 싸움’에서 이겼음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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