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검지세대’와 버팀목 ‘큰형님’의 조화

겁없는 ‘검지세대’와 버팀목 ‘큰형님’의 조화

입력 2010-06-23 00:00
업데이트 2010-06-2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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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검지세대’도 한 몫

 2007년 12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허정무(55) 감독이 2년6개월 재임 기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 중 하나가 세대교체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까지 올랐다.하지만 이후 4강 신화의 그늘 속에서 세대교체라는 당면 과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결국 그 과제는 7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허정무 감독에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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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붉어진 이청용!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출전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23일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안정환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청용과 포옹하고 있다.  더반=연합뉴스
눈시울 붉어진 이청용!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출전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23일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안정환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청용과 포옹하고 있다.
더반=연합뉴스


 허 감독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명지대에 재학 중이었던 무명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해 세계적 스타로 성장할 기회를 열어주는 등 선수를 보는 남다른 눈을 가졌다.

 허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한 뒤로도 ‘젊은 피’ 수혈을 멈추지 않으며 대표팀의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허 감독 부임 이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선수는 무려 26명이나 된다.

 한국축구 세대교체의 선두 주자는 ‘쌍용’으로 불리는 미드필더 이청용(22.볼턴)과 기성용(21.셀틱)이다.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한국축구의 대표적 ‘검지세대’다.

 ‘검지세대’는 검지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20대 초반의 신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겁이 없다.스페인,아르헨티나 등 세계 최강들을 만나도 절대 주눅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최강들과 만남을 기다리고 즐긴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첫해인 2009-2010 시즌 5골8도움을 올리며 ‘원조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을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쳤다.

 시즌 중간에 스코틀랜드 셀틱에 합류한 기성용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지만,대표팀에서는 이미 부동의 중앙 미드필더가 됐다.

 허 감독은 대표팀에서 이들을 과감하게 기용했다.오른쪽 미드필더 이청용은 벌써 A매치를 26경기나 뛰면서 4골을 넣었고,기성용도 24경기에 출전해 4득점을 올렸다.

 특히 이청용은 생애 첫 월드컵인 이번 남아공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1-4 패) 때 골맛을 봤다.

 허 감독은 이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주역들인 공격수 이승렬(21.서울)과 미드필더 김보경(21.오이타)을 포함해 경험을 쌓게 했다.

 한국축구의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려는 허 감독의 의도였다.

 덜 여물었지만 이승렬과 김보경의 합류는 대표팀 내 새 바람을 일으키며 활력을 줌과 동시에 경쟁에서도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게 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든든한 버팀목된 ‘큰형님’들

 한국 축구 대표팀의 23일(한국시간)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루는 데는 필드 밖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큰 형님들의 역할도 컸다는 평가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베테랑들은 골든보이 안정환(34.다롄 스더)과 터프가이 김남일(33.톰 톰스크)이다.

 이들 스타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로서 현재 대표팀 선수에게는 현재도 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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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그대를 위한 박수 한국이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한 23일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박지성이 이영표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더반=연합뉴스
박지성 그대를 위한 박수
한국이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한 23일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박지성이 이영표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더반=연합뉴스
 대표팀에는 마찬가지로 신화의 주인공인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주장으로서 필드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지만 물리적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필드에서 싸움을 고민하는 데 진력하는 박지성이나,허정무 감독 등 코치진이 원정 합숙생활에서 보듬을 수 없는 경기 외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목받고 싶은 과욕,주전에서 배제된 소외감,빅매치의 전후에 오는 중압감 등을 생활에서 풀어내고 팀의 경기력 향상으로 승화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핵심선수나 코치진이 하기에는 어색하거나 어려운 것.

 안정환과 김남일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선수들의 격한 감정을 조절하고 서로 합심할 수 있도록 돕는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대표팀 안팎의 얘기다.

 안정환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특유의 해결사 기질을 인정받아 백업요원으로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아 아직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언제라도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지만 마음은 비웠다는 것인 본인의 말이며 고참이자 우상으로서 선수들의 마음을 보듬고 기술을 조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팀이 지금까지 화목한 분위기를 이어온 데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안정환 자신이 억울한 선수들을 찾아가 일상적으로 대화하고 격려한 게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백업요원의 역할을 하는 김남일도 ‘라커룸의 숨은 캡틴’으로서 대표팀에 동기를 부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김남일은 지난 12일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리기 직전 라커룸에서 ‘후회 없이 싸우자’며 선수를 일일이 포옹하고 허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과도 손을 꽉 맞잡았다.

 정성룡(25.성남)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준 백전노장 이운재(37.수원)는 위로를 받았고 대표팀의 막내인 이승렬(21.FC서울)과 김보경(21.오이타)은 용기를 얻었다.

 2008년 10월 박지성에게 주장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김남일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코치진부터 막내 선수까지 연결고리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대표팀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계를 주름잡는 조직력을 보이며 4강까지 올라간 데는 황선홍과 홍명보 등 맏형들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게 중론이다.

 안정환과 김남일 등 베테랑들의 맏형 역할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선전에 어떤 촉매로 작용할지 16강 토너먼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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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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