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지기자의 월드컵 토크] 코엘류 사단서 코치활동 최강희감독

[조은지기자의 월드컵 토크] 코엘류 사단서 코치활동 최강희감독

입력 2010-06-26 00:00
업데이트 2010-06-2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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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감독 맹신 이젠 벗어날때 선수와 세심한 소통엔 토종 유리

허정무(55) 감독은 새 역사를 썼다. 한국인 감독 최초로 월드컵 1승을 거뒀고, 원정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도 한국인 감독으로서 해냈다.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54) 감독도 조별리그를 가뿐하게 통과했다. 한·일 ‘토종 감독’이 편견과 싸워가며 일군 결과라 더욱 값지다. 토종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 이번 토크의 주인공은 ‘강희대제’ 최강희(51) 감독이다. 최 감독은 한·일월드컵 뒤 2004년까지 움베르토 코엘류(포르투갈) 감독 밑에서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지난해엔 전북의 K-리그 통합우승을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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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 연합뉴스
최강희 감독
연합뉴스
●조은지기자(이하 조)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빼면, 아시아 두 팀이 16강에 오른 건 처음인데요. 토종 감독이 16강까지 견인했다는 것도 흥미롭고요. 우리가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을 못 잊는 것처럼, 일본도 필립 트루시에(프랑스) 감독에 대한 향수가 진한데 말이죠. “농부로 살겠다.”던 오카다 감독이 이렇게 극적인 반전을 일굴 줄이야.

●최강희 감독(이하 최) 맞아요. 히딩크 감독이 훌륭한 일을 했지만, 이젠 그 그늘을 벗어날 때가 됐어요. 허정무 감독께서 ‘한국 감독은 안 된다’던 축구계의 편견을 깼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조 허 감독님이 사령탑을 맡으신 뒤에 얼굴을 붉히는 걸 딱 한 번 봤어요. 지난해 6월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자리였는데, 어떤 기자가 “본선에서는 외국인 감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죠. 인자하던 허 감독님이 정색했어요. “좋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감독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이 무조건 좋다는 식은 곤란하다.”면서 목소리가 떨렸죠. 토종 감독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듯했어요.

●최 이제 와 말이지만, 외국인 감독에 대한 믿음이 너무(!) 굳건했죠. 코엘류 감독 밑에서 코치도 해 봤지만, 사실 한국인 감독이 유리한 부분도 많거든요. 선수와 감독 사이에 굳이 말이 없더라도 통할 수 있는 부분, 그런 게 외국 감독하고는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선수들하고 아주 세심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중요한데.

●조 그렇군요. 한국축구가 외국인 감독에게 배울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체득한 것 같아요. 특히 선수선발은 항상 잡음이 많았는데, 외국인 감독은 그걸 투명하게 했죠. 학연·지연은 당연히 없고, 이름값에도 연연하지 않았고요. 허 감독은 ‘토종 감독도 공정하게 뽑는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최 내가 국가대표팀 코치를 할 때는 분위기가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일종의 ‘월드컵 후유증’이라고 할까요. 선수들이 성취감에 너무 젖어 있었어요. 차라리 카리스마 있는 한국 감독이 맡았으면 어땠을까 싶을 만큼. 당시 코엘류 감독은, 생긴 그대로, 카리스마는 장롱 속에 넣어둔 분이었어요. 한 번은 이을용 선수가 경기 중에 화를 못 참고 상대 선수를 때려눕힌 적이 있었어요.

●조 아, 2003년 동아시아축구대회 때 중국 선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렸던 일요? ‘을용타’로 네티즌들한테 굉장한 인기를 끌었잖아요. 그 준엄한 표정이란. 그때 이을용 선수가 퇴장당하고 흐름이 바뀌지 않았나요.

●최 맞아요. 결국 이기긴 했지만, 나머지 10명이 참 어렵게 싸웠죠. 경기 중 화가 날 수도 있지만, 팀 전체를 생각하면 그런 행동은 안 되죠. 잔소리해야 할 것 같았어요. 코엘류 감독한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코엘류 감독이 “그건 당신 감독할 때 하시죠.”하더라고.

●조 그런 걸 보면 외국인 감독이 책임감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떠나면 그만이니까. 히딩크 감독부터 코엘류-조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까지 7년 동안 외인감독 시대였어요. 성적은 별로 못 냈지만.

●최 그래서 허정무 감독이 더 대단하죠. ‘숙원’이었던 원정 16강 진출을 일궜으니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죠. 남은 경기는 보너스로 유쾌하게 도전해도 될 만큼 잘했습니다. 가는 김에 4강까지 한 번 더 가죠, 뭐. 모든 토종감독을 대표해서, 허정무 감독님 파이팅!

zone4@seoul.co.kr

2010-06-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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