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뺀 실질금리 사실상 제로였다

물가 뺀 실질금리 사실상 제로였다

입력 2010-01-26 00:00
업데이트 2010-01-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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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맡기고 年 4400원 이자 받은 셈

지난해(1~11월) 저축성예금의 금리가 역대 최저인 연 3.19% 수준으로 하락했다. 은행에 1만원을 맡겼을 때 한 해 이자가 고작 319원밖에 안 됐던 셈이다. 같은 1만원을 기준으로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275원(연 2.75%)만큼 올랐으니 이를 감안하면 겨우 44원 남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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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순수저축성예금의 평균금리는 연 3.19%로 전년(5.67%)보다 2.48%포인트 떨어졌다. 사실상 ‘제로(0)금리’ 수준이었다.

●한은 “예금에 돈 집중… 이자 내려 가”

한은 관계자는 “3%대 초반의 평균 수신금리는 과거에는 없었던 사상 최저치”라고 말했다. 그동안 순수저축성예금의 평균금리는 1~11월 기준으로 1998년 13.84%, 2000년 7.12%, 2002년 4.71%, 2004년 3.78%, 2006년 4.34%였다. 결국 지난해 금리는 가장 높았던 98년의 4분의1도 채 안 됐던 셈이다.

이에 따라 예금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지난해 1∼11월 평균 0.44%(3.19%-2.75%)로 2004년(0.14%)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실질금리는 2005년 0.75%, 2006년 2.08%, 2007년 2.50%, 2008년 0.94% 등이었다. 이자소득세(주민세 포함 세율 15.4%)를 감안하면 실질 예금금리는 더 낮아진다.

예금 종류별로는 정기적금 금리가 평균 3.29%로 전년 4.83%보다 1.54%포인트 떨어졌고 상호부금은 4.61%에서 3.29%로 1.32%포인트, 주택부금은 4.16%에서 3.07%로 1.09%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비은행권에서는 상호저축 정기예금(1년) 금리가 5.26%로 전년보다 1.54%포인트 내려 2005년(5.02%) 이후 가장 낮았다.

은행의 저축성예금 중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의 지난해 이자소득은 18조 1502억원으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 세가지 금융상품의 이자소득은 2004년 13조 1399억원에서 2005년 11조 4425억원으로 감소한 뒤 2006년 12조 6880억원, 2007년 14조 9210억원 등으로 증가 추세였다. 특히 2008년에는 20조 7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었다.

●예금금리 올해엔 다소 올라갈 것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금리가 2.0%까지 내려가고 금융시장에 위기의식이 팽배하면서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돈이 집중돼 이자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 회복으로 금융회사들이 대출 재원을 늘리기 위해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시기의 문제일 뿐 연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여 예금 금리는 일정수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금융감독 당국이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의 비율) 규제를 부활시킨 것도 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을 부추겨 수신금리를 올리도록 유도할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은행산업 환경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서 “경기가 회복되고 이에 따라 금리도 점차 상승해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금·대출 금리 모두 올라 은행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관측인데, 결국 대출 생활자들의 부담이 지난해보다 커질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2010-01-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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