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녀 출몰 기업들 시름

두 마녀 출몰 기업들 시름

입력 2010-04-03 00:00
업데이트 2010-04-0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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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내리막-원자재값 고공행진

경기 안산에서 정밀기계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요즘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다. 최근 철강재 가격이 들썩이면서 수지 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환율도 걱정거리다. 박씨는 “생산 원가는 오르지만 상품 가격은 낮출 수 없어 적자 수출을 감수하고 있다.”면서 “환율도 3년 전처럼 900원대로 떨어지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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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자재와 환율 등 ‘두 마녀’가 우리 경제에 출몰하고 있다. 철광석과 석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 회복에 따라 수출의 기지개를 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는 환율도 시름을 더하고 있다.

●철광석·유가 1년여만에 두 배 ↑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 가운데 하나는 원자재 가격. 업계에서는 철광석 가격이 5월을 전후해 t당 110~12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09년 기준 가격인 60달러보다 두 배나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보다 90%나 높은 t당 100~105달러에 철광석을 도입하기로 최근 브라질 발레시사와 잠정 계약했다.

유가 역시 심상찮다. 국내 기름값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1일 전날보다 배럴당 1.43달러 오른 80.14달러를 기록했다. 80달러를 넘은 것은 올 1월12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유(WTI)는 84.87달러로 마감되며 2008년 10월 이후 17개월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에 다다랐다.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보던 2008년 7월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30~4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2009년 초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이 ‘완벽한 유가’라고 평가한 80달러선을 이미 넘어섰다. 미국의 휘발유 재고 증가 등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의 빠른 경기 회복과 달러화 약세에 따라 유가 상승세는 꺾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율도 2일 1126.0원에 마감되며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 갔다. 1년 전 1600원을 넘나들던 것에 견줘 30% 정도 떨어졌다. 벌써 삼성경제연구소가 올 상반기 평균 환율로 제시했던 1130원 밑으로 처졌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위기극복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었던 환율이 이젠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원자재 가격과 원화 가치 상승은 제품 가격의 오름세로 이어진다. 실제로 철광업계는 조만간 포스코가 열연·냉연 강판 가격을 20% 가까이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원자재 대란’이 한창이던 2008년에도 열연강판 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t당 58만원에서 85만원으로 46.5% 올렸다.

●중소기업은 수출 포기 속출

문정업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원자재값 인상으로 포스코의 경우 t당 14만원 이상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면서 “3분기에도 철광석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 올해 철강제품 가격은 2008년처럼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철강재 가격이 10% 오르면 제품 원가는 0.3~0.4% 높아진다. 철강재 가격이 40~50% 상승하면 많게는 2% 정도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철강재 인상이 장기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의 영향은 더 심각하다. 수출 대기업들은 전체 매출 중 8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 다양한 환율 손실 회피(환헤지) 수단을 사용하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어느 정도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2000억원 정도 매출이 줄어든다.

더 심각한 것은 중소기업이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에 대응하는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 이제 막 글로벌 경제위기를 빠져나온 상황이라 체력도 약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키코 사태를 겪은 뒤 환율 관련 파생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원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특히 수출 업체들은 신규 수출을 포기하거나 적자 수출을 감수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두 안동환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0-04-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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