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충격 한국경제 회복 변수되나

유럽발 충격 한국경제 회복 변수되나

입력 2010-05-07 00:00
수정 2010-05-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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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쇼크가 국제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를 움찔하게 하고 있다.

 유럽의 위기로 인한 충격이 미국 등 세계 주요 경제권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면 대외변수에 취약한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나 전문가들은 아직은 유럽발 위기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내놓고는 있으나 이번 문제가 어떻게 번져나갈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유럽발 위기 전세계 확산 경고음

 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폭락한데 이어 7일 한국 증시도 폭락세로 장을 시작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은 유럽발 위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난에서 시작된 문제가 스페인,포르투갈,영국 등 유럽으로 전염되고,유럽의 위기가 미국 등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6일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가 2008년 유럽을 금융위기로 몰고 갔다면 이번에는 유럽발 위기가 미국의 경기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와 경제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Pimco)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공동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가 다른 국가들로 확산되기 직전의 상황이라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미국도 ‘전염’(infect)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은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의 상황이 악화할 경우 국가채무 불이행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투자자금 회수 현상으로 지난 금융위기 때처럼 얽혀있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심각한 ‘신용경색’ 현상이 전개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경우 투자자나 기업,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빠르게 냉각될 수 밖에 없고,결국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미국 은행이 유럽에 물린 금액은 1조달러를 웃돌고 있고 미국의 유로존 16개국에 대한 수출은 전체의 약 14%에 달해 유럽이 혼란에 빠지면 미국이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 한국경제 영향 제한적이라지만..“안심은 못해”

 그리스의 문제가 스페인 등으로 번질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그리스와 달리 스페인은 유로존 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다.스페인까지 위기가 번지면 이는 곧 유럽 전체와 미국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정부는 아직 유럽발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이날 “남부 유럽 재정 위기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지만 재정 위기가 어떻게 번져나갈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그리스 사태 등에 대해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으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도 확언하는 바이다.”라면서 “미국 시장 등이 과민반응한 측면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경제권의 불안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 회복의 견인차인 수출은 물론 물가나 소비,투자에 까지 영향을 미쳐 실물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유로존으로의 수출은 현재로서는 순항 중이다.

 올해 들어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4월20일 현재까지 147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1% 증가했다.다만 이 기간 전체 수출 증가율인 35.4%,선진국으로의 증가율 24.8%에 비해 증가율이 낮은 편이다.

 유럽지역의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전체 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연간 12.8%에서 올해 들어서는 11.8%로 하락했다.

 정부 관계자는 “유로존으로의 수출은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남유럽 재정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남유럽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재정위기가 그리스를 거쳐 다른 남유럽 국가로 퍼지고 전체 유로존의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소비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도 전에 다시 움츠러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 위기의 진앙인 그리스로의 1분기 수출액은 2억2천316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3.7% 수준에 그쳐 상당한 수출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고개를 든 미국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 물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불안도 우려된다.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급등하면서 7일 오전 달러당 1,160원대로 올라섰다.

 물가가 불안해질 경우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실물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남유럽 사태가 장기화하면 남유럽 경제권이 불안해지고 경기 회복속도가 느려지면서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며 “남유럽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 우리 환율도 절하가 될 것이고 간접적으로 원자재 가격 등 물가에도 부담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다만 “금융위기 때의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경우 미국과 유럽의 같이 맞물렸으나 이번에는 유럽의 일부 국가에 한정돼있어 차원이 다르다.”며 “아직까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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