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반지는 옛말”…치솟는 금값에 금은방 한숨

“돌반지는 옛말”…치솟는 금값에 금은방 한숨

입력 2010-05-26 00:00
업데이트 2010-05-2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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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에요. 보다시피 오늘도 찾아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요.”

종로에서 40년째 금은방을 운영해온 현순희(68) 씨는 요즘 시름이 깊다. 금을 사겠다는 사람의 발길이 뚝 떨어지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씨는 “일주일에 손님 한 명 찾아오면 많은 것”이라며 “요즘 금은방 10개가 문을 열면 12개가 문을 닫는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금은방에 손님이 줄어든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값 때문이다.

한국금거래소의 금시세에 따르면 순금 1돈(3.75g)당 월별 최고 도매가는 1월 17만1천600원에서 2월 17만1천50원으로 조금 떨어졌다가 3월 들어 17만2천100원으로 다시 올랐다.

5월 들어서 18만원을 넘어서더니 25일은 연중 최고치인 18만9천200원을 기록했다. 하루새 3천300원이 더 오른 것이다.

종로에 있는 금은방 상인들은 이날 금 소매가는 21만1천원 정도로 하루 사이 6천원 가량 뛴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찾은 종로 1,3,4가 귀금속 상점 밀집지역에는 손님을 맞은 금은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3천여개 금은방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군데군데 주인이 자리를 비우거나 아예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하지 않는 상점도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는 금은방 주인은 신문을 펼쳐 읽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대형 귀금속 매장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130여개 금은방이 함께 자리를 잡은 종로4가의 한 대형매장에는 손님이 불과 5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곳의 금은방 주인들은 굳은 얼굴로 “금값이 너무 오른데다 경기도 좋지 않아 귀금속 소비가 줄었다”며 “더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종로5가 귀금속 매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의 금은방 주인들은 금을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0년 넘게 금은방을 운영해온 강영수(54) 씨는 “금값이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금을 팔 사람들은 이미 다 판 것 같다”며 “그나마 팔겠다는 사람도 이제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예물 간소화 흐름과 돌반지를 현금이 대신하는 추세는 금은방 주인들의 주름을 더 깊게 패게 하고 있다.

강씨는 “요즘은 신혼부부들은 예물로 반지 1세트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라며 예물 3종 세트를 팔던 때는 옛날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소비자 역시 치솟는 금값에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결혼예물을 팔러 합정동에서 이곳을 찾아온 이순자(56.여) 씨는 “돈이 될 것 같아 30년만에 목걸이와 귀걸이를 내놓게 됐다”며 “지난주 금요일 친지의 손녀 돌잔치에는 돌반지 가격이 부담스러워 현금 10만원으로 대신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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