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획기적 대책’ 고민

대기업 ‘획기적 대책’ 고민

입력 2010-07-30 00:00
수정 2010-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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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발언을 쏟아 내놓자 주요 대기업들은 당혹감 속에서도 발 빠르게 여론을 청취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나름대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에도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최근 분위기가 마치 사상 최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수출 대기업들이 양극화의 주범인 양 매도되는 데에 당혹해하면서도 추가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재계의 대표격인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투자와 고용,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등 각 부문에서 개선하고 강화할 점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삼성은 투자와 고용은 시장과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상생협력의 과실이 2,3차 협력업체에까지 잘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등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협력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가 예년보다 훨씬 많은 26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지만 개선하고 강화할 부분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민심과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근본적으로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발전할 수 있는 상생전략을 만들라”고 이 대통령이 주문한 이튿날 협력사와 함께 상생협력에 초점을 맞춘 세미나를 열어 협력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종전에도 수차례에 걸쳐 이런 세미나를 열어왔고,이날도 예정돼 있던 행사라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의 지적이 있은 직후 이 행사가 열려 정부 방침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평소 1차 협력사로 한정했던 참석 대상을 2차 협력사로까지 확대해 1,2차 협력사 간 상생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은 것이란 평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2차,3차 벤더(협력사)로 가면 상생 관계가 덜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효과가 미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LG그룹은 이번 주 중 주요 계열사 담당자들이 모여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협력 추진현황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계획이다.

 이 회동에서는 현재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상생협력 방안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는 한편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LG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원을 투자하고,연초 계획보다 50% 많은 1만5천명을 채용하기로 하는 등 서민경제를 살리려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재정상태가 어려운 납품업체에 납품 대금을 선지급하거나 대출 융자를 지원하는 등 그동안 해온 협력업체와의 상생 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가면서 추가로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강화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 중이다.

 최근 고금리 논란으로 주목받은 롯데캐피탈은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개회사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곧바로 “정부에 대한 불만표출이 아니다”고 서둘러 진화를 시도하면서 일자리 창출 방안 등 추가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사회양극화를 초래한 주범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각 기업은 정부가 주문하는 방향에 맞추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반된 민심 달래기 등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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