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으로 치닫는 현대그룹-채권단

벼랑끝으로 치닫는 현대그룹-채권단

입력 2010-07-30 00:00
수정 2010-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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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거부해 온 현대그룹에 대해 신규여신 중단에 이어 만기도래 여신을 회수키로 하고,현대도 이에 ‘소송 불사’로 맞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이 같은 조치가 헌법에 위배되는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금융권은 현대그룹의 소송 움직임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왜 여기까지 왔나=현대그룹과 채권단이 양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지난 5월 현대그룹이 올해 재무구조 개선 약정 대상으로 최종 선정되면서부터다.

 채권단은 그룹 전체 80%를 차지하는 현대상선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막대한 영업손실과 높은 부채비율,여기에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중단에 따른 손실 등을 들어 현대그룹을 재무구조 개선 약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주력기업인 현대상선이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재무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맞섰다.

 채권단은 약정 체결 시한을 세 차례 연장했지만 현대가 끝내 거부하자,지난 8일 급기야 현대그룹 계열사에 신규 신용공여를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대는 채권단의 재무구조 평가가 잘못됐다며 지난달 28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대출금 400억원을 상환하며 주채권은행 변경을 요구했다.

 주채권은행을 변경한 뒤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이에 채권단은 내달 2일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에 대한 기한 연장을 중단키로 했다.

 현대는 약정 체결 거부 이유에 대해 현대건설 인수문제와 연관짓는 것을 경계하며 대외 신인도와 재무구조개선약정 자체에 대한 문제점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현대의 약정 체결 거부를 현대건설 인수와 연계시키고 있다.

 현대가 약정을 체결하게 되면 3조~4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현대건설 인수가 사실상 어려워지고,자칫 그룹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얼마나 견딜 수 있나=채권단이 신규여신 중단에 이어 만기도래 여신 회수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현대그룹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 채권단과의 소송 불사를 들고 나온 것 역시 현대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의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은 4천억원으로 알려지고 있으며,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은 현재 1조2천∼1조3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는 현재로서는 신규 대출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돈줄을 묶은 채권단의 제재가 당장은 피부에 와 닿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재가 장기화하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해외 금융권에서의 자금 확보도 쉽지 않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해운시황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현대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은 현재 약 1조8천억원 정도로 추산돼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자금 조달 통로가 장기간 막히면서 현대상선의 영업이 지장을 받을 가능성은 크다.

 전용선 계약을 통해 선박을 계속 발주해야 하는 해운사로서는 선박금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은행권이 도와주지 않으면 터미널과 컨테이너 박스 분야 등에 대한 신규 투자는 사실상 전면 중단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법정서 약정체결 여부 가려지나=현대그룹이 우선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출연장 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법원 판결이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서로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강경조치를 들고 나온 만큼 법원 결정 등 강제력 있는 중재조치에 의해 사태가 종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대그룹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주채권은행과 해당 기업간에 자율적으로 체결되는 사적인 계약이어서 기업으로서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협조의무가 없는 현대그룹에게 재무구조개선약정체결 지연에 대해서 신규여신 중단과 만기도래여신 회수이라는 극단적인 제재조치를 내리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과도한 제재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며 채권단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결정하게 되면 현대그룹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의 부담에서 한결 가벼워지고,반대로 채권단은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바램과는 달리 법원이 채권단의 조치가 적법하다고 결정하게 되면 현대그룹의 자금줄은 막히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신규 대출도 할 수 없고,대출 만기는 도래하면서 현대그룹의 유동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법원의 결정이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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