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운정3지구 취소·축소되면 수천명 나앉을판

파주 운정3지구 취소·축소되면 수천명 나앉을판

입력 2010-07-30 00:00
업데이트 2010-07-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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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한숨만 나옵니다.빚은 늘어만 가고 갚을 길은 막막하고,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운정3지구에 토지를 소유한 주민 2천600여명은 요즘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나날을 보낸다.

 보상 지연으로 잔뜩 빚만 진 상황에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전국 138개 신규사업에 대해 조만간 사업 철회나 취소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그 대상 지구로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알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낸 주민들은 보상이 계속해 미뤄지면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교하읍 당하리에서 농사를 짓는 윤모(40)씨는 2007년 6월 이곳이 택지개발예정지구에 포함되면서 13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밭 3천300㎡를 샀다.

 2만3천여㎡ 규모의 농사를 짓던 윤씨는 인근 운정2지구 보상이 지구지정 이후 불과 7개월만에 이뤄진 점을 감안해 대토를 빨리 하지 않으면 땅을 사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다소 무리를 했다.

 그러나 보상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은행 이자를 내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으면서 빚은 3년간 20억원으로 불어났다.

 농사를 지어 얻는 수입이라야 연간 5천여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윤씨의 사정은 인근 다율리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장모(57)씨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장씨는 2004년 40억원을 빚을 내 골프연습장을 지어 2005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회원 손님을 끌어모아 막 영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할 무렵인 2006년 택지개발 얘기가 나돌더니 이듬해인 2007년 6월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되면서 회원들이 빠져나가며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됐다.

 영업 손실이 컸지만 그나마 보상을 받으면 본전은 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대출을 받아 이자를 갚으며 버텼다.

 하지만 보상은 지연됐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배가 넘는 9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달 이자만 6천만원으로 골프장 운영수입이 3천만~4천만원 밖에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달 3천여만원의 빚이 늘고 있는 셈이다.

 장씨는 “정부의 필요에 의해 택지개발을 한다고 해 영업을 못하게 해놓고 이제와서 사업을 재검토한다면 빚만 떠안고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하루하루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고 애타는 심정을 토로했다.

 교하신도시 운정3지구 토지주 대부분은 윤씨나 장씨와 사정이 비슷하다.

 농민은 대토하느라 진 빚이 불어나고 기업인이나 자영업자는 각종 개발행위 제한으로 공장을 늘리지 못해 영업손실을 키우는 등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토지주 2천600여명 가운데 1천45명이 부동산 담보대출한 원금만 7천793억원에 달해 이자를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것까지 합치면 1조2천억원에 달한다고 운정3지구 보상대책위는 주장했다.

 연리 5%만 잡아도 주민들은 지난 1년동안 600억원이라는 엄청난 이자를 내며 보상 지연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운정3지구 보상대책위원회 허 염 위원장은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은 50억~90억원에 달해 연간 이자가 3억~5억원에 이르고 농민중에도 이자로 1억~2억원을 내는 사람이 있다”며 “주민이 원한 것도 아니고 정부 정책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토를 했는데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주민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1월부터 LH공사와 국토해양부에 14차례에 걸쳐 보상을 촉구하고 LH공사 본사와 파주사업단을 8차례 항의 방문했지만 계속해서 보상 시기가 미뤄지다 급기야는 LH공사의 사업 재검토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지경이 됐다.

 LH공사가 사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현재까지 주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대책없이 운정3지구 사업계획을 취소 또는 연기,축소하면 엄청난 파장과 함께 상상조차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주민들이 사업을 재개하고 조속히 보상해 달라 절규에 가깝게 호소하고 있다.

 운정3지구는 당초 695만㎡에 3만2천여가구를 수용할 예정으로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1.2지구(955만㎡)와 합쳐 7만8천가구 인구 20만5천명이 넘는 거대 신도시로 계획됐다.

 그러나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LH공사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보상이 미뤄진 데다 118조에 달하는 엄청난 부채를 해결을 위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곳곳에서 항의,반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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