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300만원 한번 송금 이란 원화결제 있으나마나

보름간 300만원 한번 송금 이란 원화결제 있으나마나

입력 2010-10-16 00:00
업데이트 2010-10-16 00: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계좌개설 형식적… 실적 사실상 전무

대(對)이란 제재 조치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원화결제 계좌를 통한 수출입 거래를 추진했지만 이용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 당국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계좌만 열어놓아 기업들이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인 거래는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다음 달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비판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발표부터 하고 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지 확대
●현지와 협의 안 끝낸 채 서둘러 시행

이란중앙은행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원화결제 계좌를 개설한 지 보름째인 15일 현재 이용실적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이란에서 생활용품을 수입하는 국내 중소업체가 기업은행을 통해 수입대금 300만원을 이란에 송금한 것이 전부다. 우리은행은 실적이 없다.

이용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원화계좌에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이란에서 원유를 사오는 국내 정유회사가 내는 수입대금을 이란에 보내지 않고 바로 수출업체들에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거래를 가능하게 만드는 통로가 이란중앙은행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만든 원화계좌다.

간단히 말해 원유수입 대금이 안 들어오면 업체에 줄 돈도 없게 되는 구조다. 현재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 잔액은 0원이다. 기업은행 계좌에는 SK에너지가 지난 13일 넣은 330만달러(약 37억원)가 들어 있다.

하지만 두 정유회사는 아직도 이란국영석유공사와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하고 협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본계 은행에 설치된 결제계좌를 국내 계좌로 바꾸는 문제 때문이다. 정유회사 관계자는 “결제 수단을 달러에서 원화로 바꾸려다 보니 환율을 반영하는 방법에 이견이 있어 조정 중”이라면서 “이달 말은 돼야 합의가 가능하며 조건이 안 맞으면 협상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 中企 피해 불보듯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한달에 약 150만배럴(1억 5000달러)의 원유를 이란에서 수입한다. 따라서 이달 말 원화계좌에 들어올 돈은 3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계좌가 개점휴업 상태이다 보니 수출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이슬람 축제인 라마단기간 등 계절적 영향을 받는 식료품, 의류 원단 등 소비재 수출 기업의 경우 물품 선적과 대금 결제가 일주일만 늦어져도 수출이 무산돼 재고비까지 떠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의 홍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우리·기업은행은 지난 11일 각 지점에 안내문을 보내고 이란 송금 내역이 있는 고객에게 우편물을 발송했다. 그러나 경기 시흥의 자동차부품 수출업체 사장은 “거래 지점에 문의했는데 원화결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서 본점에 전화했더니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0-10-16 21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