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상)] ‘대우건설·쌍용차 실패’ 타산지석으로

[현대건설 인수전 (상)] ‘대우건설·쌍용차 실패’ 타산지석으로

입력 2010-10-26 00:00
업데이트 2010-10-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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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성장성·자금력 앞서” 현대그룹 “도덕성·적통성 갖춰”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대결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수 기업의 발전을 강조하는 반면 현대그룹은 과거의 적통성을 강조하는 점이 대조된다. 다음달 12일 입찰 제안서가 마감되면 채권단의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현대건설의 특성을 잘 살려 더 좋은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쪽이 새 주인이 돼야 한다는 데에는 전문가 사이에도 이견이 없다. 앞서 대우건설과 쌍용자동차 인수 실패의 경험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더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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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성 vs 과거 적통성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 20조원, 매출 10조원이 예상되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의 건설회사다. 어느 한쪽이든 인수에 성공하는 즉시 ‘캐시카우’를 확보하면서 재계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큰 사건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현대그룹이 내세우는 것은 현대가(家)의 적통성. 현대건설이 현대라는 기업의 대표성을 갖는 만큼 현대건설은 그룹의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10년 전에도 소유주가 현대그룹이었다는 점을 들어 채권단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비해 탄탄한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내세우고 있다. 그룹에서 갖고 있는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현대건설을 세계적 엔지니어링 회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자동차·철강·엔지니어링(건설) 등을 그룹의 3개 축으로 삼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존 친환경사업과 글로벌 네트워크, 해외철도사업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내놓은 상태다.

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현대차그룹이 앞선다. 현재 현대건설의 인수 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3조 5000억~4조원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4조 5000억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외부 차입 없이도 인수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현대그룹은 현재 1조 5000억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독일 M+W 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했지만 부채 비율이 높아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가격 좇다가 ‘승자의 저주’ 될라

채권단이 어떤 기준으로 우선협상 대상자를 정하게 될지 아직까지 공개된 것은 없다.

다만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입찰에 써낸 가격이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재환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도 “가격에 대한 부분이 인수전의 3분의2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로 높은 가격을 써내는 식의 경쟁보다는 경영능력이나 기업의 육성능력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권단의 배를 불리기보다 현대건설과 새주인이 ‘윈윈’할 수 있는 구도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대우건설이나 쌍용차의 경우 입찰가격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다 보니 자금조달계획이나 경영능력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그 결과 대우건설, 쌍용차 모두 몇년 만에 다시 인수·합병(M&A) 또는 법정관리 상태가 됐다.

따라서 ‘승자의 저주’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자금 조달, 재무 능력, 경영 능력, 발전 가능성 등에 배점을 더 두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는 “대우건설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가격의 비중이 67%나 돼 경영능력과 육성 의지는 없으면서 가격만 높게 써낸 기업이 인수할 수 있었다.”면서 “과거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현대건설을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을 우선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10-10-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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