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왜 외환은행 인수로 돌아섰나

하나금융, 왜 외환은행 인수로 돌아섰나

입력 2010-11-23 00:00
업데이트 2010-11-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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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지주에 눈독을 들이던 하나금융지주가 전격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로 돌아선 것은 조기 성공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특혜시비와 같은 각종 부담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에서다.

 2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인수.합병(M&A)은 올해를 넘기면 이번 정권내 대형화를 위한 은행간 M&A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됐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초부터 줄곧 “올해가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 적기로,해를 넘기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M&A 의지를 확고히 다져왔다.

 하나금융은 사실 외환은행보다 덩치가 더 큰 민영화 대상 매물인 우리금융에 더 관심을 기울여왔다.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업계 4위에 머물고 있는 서열을 단번에 1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데다,취약점인 기업금융 등도 강화할 수 있으며 주식 합병 등의 방식을 동원하면 인수 자금도 많이 들이지 않고 ‘대어’를 낚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주요 경제부처 관료들이 교체될 상황에서 소위 ‘변양호 신드롬’ 영향으로 우리금융 민영화를 책임지고 추진할 관료가 있을지 의문인데다,최고경영자가 현직 대통령과 친구인 하나금융이 민영화 대상인 우리금융을 인수했다 특혜시비에 휘말릴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더구나 하나금융이 합병하기에는 우리금융 덩치가 너무 큰 데다,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자체 컨소시엄을 구성해 독자 민영화 움직임이 일고 있어,합병에 따른 반발이 거세고 시간도 적지 않게 소요되는 점도 단점으로 꼽혔다.

 여기에 외환은행이 또다시 외국계 금융회사에 넘어가는 데 대한 경계론도 한몫했다.또 하나금융은 외환은행과 점포나 인력 등의 중복 요소가 적어 통합 부작용이 거의 없고 인수 후 안정적인 4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었다.

 결과적으로 하나금융 입장에서 올해 반드시 M&A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적으로도 빨리 마무리가 가능하면서 규모면에서나 특혜시비 등의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외환은행 인수가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이는 조기에 매각하고 나가려는 대주주인 론스타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론스타는 지난달 외환은행 매각을 놓고 호주 ANZ은행과 진행하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하나금융에 참여를 제안했다.하나금융으로서는 빠른 판단이 필요했던 것.

 하나금융 경영진은 지난달말부터 동남아시아에서 론스타의 주요 경영진과 회동,협상을 개시해 1개월도 안 돼 인수 협상을 마무리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외국계로 넘어가는 데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 국내 은행산업의 안정적 경쟁구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경제 활동 지원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낙 비밀스럽게 진행돼 당국도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몰랐다고 밝히고 있으나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합치면 자산규모 1위 메가 뱅크가 탄생할 수 있지만 시너지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하나금융이 외환은행과 합치면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며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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