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백화점 분할 왜
지난 20일 신세계가 백화점과 이마트의 기업분할 추진을 발표한 이후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신세계가 밝힌 목적은 업태별 전문성 및 책임경영 강화를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이다. 하지만 재계와 주식시장에서는 원활한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짙다.
신세계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분할 방식은 인적 분할. 존속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만큼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형태다.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 없이 단순히 회사의 자산을 둘로 쪼개는 것이다.
현재 신세계의 지분 구조를 보면 이명희 회장이 17.3%로 최대주주이고, 정용진 부회장은 7.32%, 정유경 부사장은 2.52%를 가지고 있다. 분할과 관련한 핵심적인 내용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신세계는 “경영권 승계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 기업분할과도 전혀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보통 기업분할을 추진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얼마나 세금을 적게 내느냐이고, 그 다음이 대주주의 이익 보장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을 위해 기업의 재무상황, 지분구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한 끝에 가장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오너가 있는 대기업들이 후계 구도를 확립할 때 인적 분할 방식을 선호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신세계의 분할도 같은 맥락에서 읽히고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LG, 코오롱, 웅진 등 과거 기업분할을 추진한 기업들은 모두 인적 분할을 택했다.”면서 “인적 분할은 기업 상속과 관련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즉, 회사를 단순히 둘로 쪼개면 나눠줄 때 잡음이 날 소지가 줄어든다. 정용진, 정유경 남매가 이마트와 신세계를 사이좋게 하나씩 맡은 뒤 서로가 보유하고 있는 상대방 회사의 지분을 맞교환하기만 하면 말끔히 지분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1-01-2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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