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서구 복지 따라잡기 극복해야”

KDI “서구 복지 따라잡기 극복해야”

입력 2011-02-22 00:00
수정 2011-02-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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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은 재원조달 문제… 보편적 복지와는 별개”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이분법적 구분을 탈피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복지정책 조준의 개념과 필요성’이란 보고서를 통해 “실제 복지 프로그램은 대부분 보편성과 선별성으로 양분하기 어려우며, 어느 사회에서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나라의 복지 문제는 보편성 또는 선별성에 따라 사전적으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며, 필요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숙·고영선 연구위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상급식’ 논란은 잘못된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학교급식은 경제적 배경이나 급식비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순수한 의미의 보편적 복지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반면 무상급식 논란은 급식 재원 구조를 사용자 부담으로 할 것인지 조세 지출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일 뿐, 복지정책의 보편성 여부와는 동떨어진 문제라고 진단했다.

두 연구위원은 이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이분법적으로 가늠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일례를 들면, 현재 많은 국가가 시도하고 있는 연금 수령 연령 상향 조정의 경우 수급 대상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대상을 선별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으나, 고령인구 범주 모두에게 혜택이 부여된다는 측면에서 보편성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KDI는 서구의 사례를 보면 복지의 이분법이 정책적인 유효성을 상실했으며 이런 이분법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정책 조준’을 제시했다. 정책 조준이란 정책대상의 범위와 수단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면서 정책 목표와 설계를 일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KDI는 “우리나라 역시 복지기반이 미흡한 상황에서 고령화 추세로 향후 복지 지출이 급격히 증가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복지정책을 수립할 때 정책 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구국가들이 재정 건전성 악화로 ‘항구적 긴축’ 시대에 돌입한 상황에서 서구 ‘따라잡기’ 식의 강박관념을 극복해야 한다.” 면서 “복지를 확대하되 서구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들의 경험이 주는 교훈을 숙지해 후발자로서의 이점을 최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2011-02-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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