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등록금 카드납부 올해도 ‘외면’

대학들 등록금 카드납부 올해도 ‘외면’

입력 2011-03-27 00:00
수정 2011-03-27 10:2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카드납부 대학 48곳 불과…가맹점 ‘수수료’가 관건 교육 당국 “대학 자율결정 사항”…”카드사 배만 불린다” 비판도

올해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는 대학이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대다수 대학이 이를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정부 차원에서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 발표됐지만, 교육 당국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개입하지 않고 있다.

대학이 부담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문제로 등록금 카드납부제가 카드사 배만 불려주는 일이므로 현금 분할납부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등록금 카드납부 대학 48곳 불과…‘수수료’가 관건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 비씨, 삼성, 신한, KB국민, 하나SK, 현대 등 7개 전업 카드사를 통해 2011학년도 등록금을 카드로 받은 대학은 48곳으로 지난해보다 19곳 늘었다.

우리은행 등 11개 은행, 카드사를 회원으로 둔 비씨카드가 서울대, 연세대 등 26곳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삼성카드 12곳, 신한카드 9곳, 하나SK카드 6곳, KB국민카드 4곳, 현대카드 1곳, 롯데카드는 없었다.

특히 비씨카드는 작년 13곳에서 올해 26곳으로 두배로 늘었고 삼성카드 6곳, 신한카드 3곳, 하나SK카드 1곳, 현대카드 1곳 각각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4곳 그대로였다.

그러나 카드납부 대학 48곳은 전국 411개 대학의 11.7%에 불과했다. 7개 전업 카드사 외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발급한 카드를 받는 곳도 있겠지만, 그 수는 미미해 큰 차이는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외면하는 것은 1.5% 이상의 가맹점 수수료 때문이다. 대학이 등록금을 카드로 받으면 학기마다 수수료로 수억원씩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두 학기 등록금이 천만원이 넘는 시대에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만큼 선택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카드납부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처럼 금리, 물가 상승기에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카드사 중에는 수수료를 1.5% 받는 대신 무이자 2~3개월 서비스와 ‘슬림 할부’를 제공하는 곳도 생겼다. 슬림 할부란 12개월 할부로 등록금을 낸다면 처음 6개월 수수료는 고객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카드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는 ‘빚’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등록금 카드납부제는 결국 카드사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교육당국 “대학이 자율 결정”…”현금 분할납부 확대” 요구

작년 말 국무총리 주재 첫 교육개혁협의회에서는 카드납부제가 등록금 납부 개선방안의 하나로 선택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대학과 카드사가 제휴모델을 발굴하고 카드납부제 대학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게 당시 발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후 교육 당국의 움직임은 신통치 않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대교협은 카드납부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대학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쪽으로 결정돼 대교협 차원에서 특별히 추진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도 “정부가 대학에 카드납부제를 강요하면 대학의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재정부담을 느끼게 돼 결국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카드 납부보다는 여러 가지 학자금 대출이 오히려 이자도 더 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 중에는 카드사와 협의해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는 곳도 있어 대학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의 안진걸 팀장은 “연세대와 전북대는 카드사와 제휴해 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대학이 노력하면 굳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교육계에서는 카드납부제가 수수료 부담이 있다면 현금 분할납부제를 활성화하자는 요구도 거세다. 한해 2~3차례 등록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최대 12차례까지 분할횟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현재 80% 정도의 대학이 현금 분할납부가 가능하지만, 아직 분할횟수가 적고 절차가 복잡해 이용학생 수 비율은 4.8%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