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러브&드럭스’는 어떤 모습?

한국판 ‘러브&드럭스’는 어떤 모습?

입력 2011-04-12 00:00
수정 2011-04-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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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벌제 적용 수위가 리베이트 근절의 관건”

글로벌 제약사의 영업사원인 제이크 질렌할이 자신의 관할구역 매출 실적이 목표를 밑돌자, 의사에게 교습비 명목으로 현금 1천달러를 건넨다.

의사와 친해진 질렌할은 병원 안에서 인턴 행세를 하며 파킨슨병 환자인 앤 해서웨이에게 자사 의약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홍보하고, 병원에 전시된 경쟁사의 견본 의약품을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러브 & 드럭스’가 다룬 제약사의 판촉 행태의 이면이다. 스크린에서 가볍고 코믹하게 그려진 제약사의 실제 리베이트 행위는 영화처럼 유쾌하지 않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강력한 처벌 방침을 세웠는데도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요인으로는 일부 의사들이 여전히 리베이트를 관행처럼 요구하고 있는 점과 제약사가 처방 실적에 따라 영업사원에게 과도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경쟁적인 성과급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1월28일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를 처벌할 수 있는 쌍벌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의사를 상대로 한 수사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의사들의 리베이트 요구 관행을 깨뜨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쌍벌제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에게 1년 이내의 자격정지와 2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하고, 받았던 리베이트를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양측 모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쌍벌제의 가감 없는 시행만이 리베이트를 근절시킬 수 있는 열쇠라는 기대를 모으는 이유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경남 거제지역에서 진행된 리베이트 수사는 공중보건의 4명과 제약회사 직원 14명을 입건하는 데 그쳤다. 쌍벌제 도입 이전에 이뤄진 일이어서 일반 의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울산지방경찰청이 제약회사에서 돈을 받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리베이트 의사’ 102명을 불러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첫 쌍벌제 처벌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이 지난해 11월 이후 금품수수 행위가 확인된 의사에게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경찰은 15개 제약회사에서 회식비를 제공받거나 통장으로 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 1천여명 가운데 명단을 확인한 의사들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제약사가 여전히 영업사원들의 의약품 매출 실적에 따라 지나친 성과급을 제공하거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점도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당수 제약사는 구 단위의 관할지역을 맡는 영업직원에게 구역별 매출에 따라 최대 성과급을 기본급의 100% 이상 지급한다.

일부 제약사는 성과가 좋은 영업사원에게 연봉 1억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으며 한때 신형 중형급 세단을 제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제약사는 영업사원에게는 승진 연한 3년을 1∼2년 단축한 특진의 기회를 주고 월·분기·연간별로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인센티브에는 제한이 없다.

일반 상품과 성격이 다른 의약품의 판매성과를 처방량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결국 영업사원을 리베이트에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위권 업체의 경우 영업사원들이 정규직이지만 소규모 업체는 처방 실적에 따라 사직을 요구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09년에는 영업사원의 자살이 잇따르자 제약사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제보에만 의존한 산발적인 수사를 펼치기보다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통해 모든 기업에 대해 종합적인 수사를 펼쳐야 일부만 수사를 받고 끝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리베이트가 제품명 처방으로 처방 권한이 의사에게 지나치게 몰려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빚어진 관행이어서 가벼운 수위의 쌍벌제 적용만으로 리베이트 근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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