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韓美 새 협력ㆍ경쟁시대 돌입

[한미FTA 발효] 韓美 새 협력ㆍ경쟁시대 돌입

입력 2012-02-22 00:00
수정 2012-02-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제도·시스템 개선 기회…과제도 산적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3월15일 0시에 발효함에 따라 양국 관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3%를 차지하는 거대시장과 맺은 자유무역은 우리나라 발전에 디딤돌이 될 수 있지만, 걸림돌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21세기 무역강국을 향한 도약대인 동시에 경제, 사회, 정치 분야의 중대 변화를 촉발할 동인이다.

북한 변수를 반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상당 부분 희석되고 지정학적 불안을 해결하는 효과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문호를 활짝 열었을 때 산업 구조개혁, 농어촌 붕괴, 빈부격차 확대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FTA 폐기’를 둘러싼 정치권의 충돌을 서둘러 정리하고 FTA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ㆍ미 관계 재정립

한국경제의 부흥 씨앗은 ‘미국’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쟁 참화와 공산주의의 체제 위협에 허덕인 한국은 1950~1970년대 미국의 원조와 관세혜택 환경에서 특유의 근면성을 앞세워 2000년대 세계 경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성장했다.

긴밀했던 양국은 이제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미국 통상압력, 국내 반미기류 확산 등으로 갈등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전쟁에서 보듯 무역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한때 50%가 넘던 ‘메이드 인 코리아’가 차지하는 대미 수출 비중은 작년에 10.1%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대미 수출액은 작년 기준으로 562억달러 수준이다. 중국(1천34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16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한ㆍ미 FTA의 발효는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호 교역 및 투자 확대, 인적 왕래 증가는 고질적인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 불투명한 절차 등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제도를 혁신하고 국가ㆍ사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를 괴롭혔던 지정학적 안보위험도 FTA를 통해 상당 부분 희석될 수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FTA를 통한 한미 공조 강화는 신인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정부 ‘경제효과’ 낙관

작년 한국과 미국 교역 규모는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넘었다. 수출은 562억달러, 수입은 521달러에 이른다.

통상교섭본부는 “FTA가 시행 중인 칠레, 아세안, 인도 등과의 교역액 증가 속도를 보면 시행 전후 무역액이 20~30% 정도 증가한다”며 “전세계 경기침체 영향을 받겠지만 FTA 발효로 한미간 교역량은 적잖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국책연구기관들은 경제효과에 대해 향후 15년간 수출은 13억달러, 무역수지는 1억4천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은 35만명 증가를 예상했다.

특히 당장 관세가 철폐되는 우리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 차 부품, 석유제품, 전자, 반도체 등이 FTA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것으로 보인다. 관세 등 거래비용이 줄고 통상마찰이 완화돼 그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들 공산품의 수출 증가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원가 절감과 고용증가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농수산물과 질 좋은 공산품을 살 수 있게 돼 국민후생과 생산성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내수 시장이 커져 대기업 외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할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소업체들이 걱정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통하면 미국, 유럽에서도 인정받으니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오히려 FTA가 도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ㆍ미 FTA는 국가 신인도를 높여 투자 유치나 국외 비즈니스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뿐더러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 향상, 기업의 외자 조달비용 감소 효과, 증권시장 도약 등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불안한 미래…극복과제는

한ㆍ미 FTA 비준안이 논란 끝에 여당 단독으로 통과한 지 3개월이 흘렀지만, 정치권 공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통합민주당이 ‘재협상 무산시 폐기’ 주장을 펴는데다 총선 공천에서 FTA 찬성파를 배제한다는 계획이어서 FTA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통합민주당의 약속이 현실화하면 한미 FTA는 출범 1년 만에 폐기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미 관계는 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정부는 우려한다.

정치권 공방은 FTA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뿐더러 다른 나라와의 통상정책, 교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멕시코 사례에서 보듯 한ㆍ미 FTA가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거대 경제권과의 관세 철폐가 빈부격차 확대, 선진국 경제로의 동조화 현상, 대외경쟁력이 취약한 산업기반 붕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부작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KDI) 연구원은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갖춰 정부와 민간이 공동 대응해야 한ㆍ미 FTA의 이익을 최대로 끌어내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